공유하기
입력 2004년 8월 22일 18시 47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무릎을 꿇고 기도까지 했다. 활짝 웃으며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21일 니키아홀에서 열린 2004 아테네 올림픽 역도 여자 75kg 이상급 경기. ‘여장군’ 장미란(21·원주시청)은 용상 마지막 3차시기에서 172.5kg을 들어올린 뒤 체중 112kg의 거구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펄쩍펄쩍 뛰며 감격스러워했다. 합계 302.5kg으로 선두에 나서며 2위 탕궁훙(중국)을 7.5kg 차로 앞선 것. 이 정도의 격차면 금메달은 떼어 놓은 당상처럼 보였다. 코칭스태프와 얼싸안으며 환호했다.
하지만 기쁨은 그리 길지 않았다. 불과 1분여 후. 역시 용상 3차시기에 나선 탕궁훙이 2차시기 때보다 무려 10kg이나 올린 182.5kg에 도전했다. 7.5kg을 올려 성공해 장미란과 타이를 이뤄도 체중 차로 금메달을 딸 수 없었기 때문에 선택한 무모한 도박. 그런데도 그는 바벨을 들어 올렸다. 합계 305kg. 순간 장미란의 표정이 허탈함으로 굳어졌다.
![]() |
장미란은 다 잡았던 금메달을 막판에 날려버렸지만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여자 역도에서 한국 선수로는 첫 메달리스트가 됐다.
“나로선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만족합니다. 은메달은 나한테 너무 값진 선물이에요. 역도를 시작한 지 얼마 안됐는데 이런 영예를 안아 기쁩니다.”
탕궁훙에게 역전을 허용한 데 대해서 그는 “솔직히 경기를 마친 뒤 내가 금메달을 땄다고 생각했다. 10kg을 올리는 건 남자 선수에게도 모험이었는데…”라며 아쉬운 심정을 털어놓았다.
이날 인상 3차시기 때 손바닥 피부가 벗겨져 손에 피가 흥건했던 장미란은 16세인 강원 원주시 상지여중 3학년 때 뒤늦게 부모님의 권유로 역도를 시작한 뒤 2000년부터 국내 최강의 역사로 이름을 날렸다.
2002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서 합계 287.5kg(인상 120kg, 용상 167.5kg)으로 금메달을 차지한 탕궁훙에 이어 합계 272.5kg(인상 117.5kg, 용상 155kg)으로 은메달을 땄다.
4월 아테네 올림픽 선발전 용상에서 170kg(종전 168.5kg) 합계 300kg으로 당시 비공인 세계신기록과 타이기록을 세우며 세계 정상을 향한 꿈을 부풀렸다. 올림픽을 앞두고 태릉선수촌에서 주위의 높은 기대감에 대한 부담으로 한때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으나 마인드컨트롤과 독실한 신앙심으로 극복했다.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기록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장미란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재도전하겠다”며 힘주어 말했다.
아테네=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