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올림픽]여자100m… 미국이 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04년 8월 22일 18시 42분



“탕.”
스타트는 늦었다. 하지만 폭발적인 막판 스퍼트는 ‘스프린트 왕국’ 미국의 자존심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22일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2004 아테네 올림픽 육상 여자 100m 결승. 벨로루시의 무명 율리야 네스테렌코(25)가 ‘총알탄 여인’으로 새롭게 등극했다. 4위로 달리던 네스테렌코는 결승선을 10여m 남기고 폭발적인 스퍼트로 10초93을 기록해 로린 윌리엄스(10초96·미국), 베로니카 캠벨(10초97·자메이카) 등 우승후보들을 제쳤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부터 여자 100m 금메달을 싹쓸이해 온 미국의 아성을 깬 것.
1m73, 60kg. 옛 소련 땅에서 태어나 7종경기로 처음 육상을 시작한 네스테렌코는 국제 육상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무명. 국제대회 성적 중 내세울 것이라고는 지난해 파리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400m계주 7위와 지난해 세계 실내선수권 60m 3위뿐.
그러나 그는 이번 대회 결승까지 3번의 레이스에서 유일하게 11초벽을 연달아 깨뜨린 준비된 ‘스프린트 퀸’이었다. 결승에서도 중반까지 미국의 신예 윌리엄스에게 뒤졌으나 극적인 막판 스퍼트로 맨 먼저 결승선을 밟았다. 그의 질주에 올시즌 최고기록을 갖고 있던 이베트 랄로바(11초·4위·불가리아)와 라타샤 콜랜더(11초18·8위·미국) 등도 속수무책.



“지난 6개월 동안 트랙 외에는 어떤 곳도 가지 않고 훈련에만 몰두했다. 다들 내가 깜짝 우승을 했다고 하지만 내 금메달은 땀방울의 대가다.”
네스테렌코는 어이없어 하는 취재진에 당당하게 소감을 밝혔다.
그에게 이번 금메달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이제야 우리 아파트를 갖게 됐다. 그동안 부모님 집에서 사느라 불편한 게 많았다. 이제부터 남편과 신혼 같은 삶을 살겠다.”
한편 44세에 7번째 올림픽 도전에 나선 멀린 오티(슬로베니아)와 37세의 베테랑 게일 디버스(미국)는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준결승에서 탈락했다.
여자 장대높이뛰기에서는 러시아 미녀 듀오 옐레나 이신바예바와 스베틀라나 페오파노바가 4m40을 넘어 무난히 결승에 올랐으나 시드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미국의 자존심 스테이시 드래길라는 4m30에 그쳐 결선에도 오르지 못했다.
아테네=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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