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없는 마라토너’ 김영갑씨 537km 울트라마라톤 완주

  • 입력 2004년 7월 16일 19시 16분


‘대한민국 종단 울트라마라톤대회’에서 공동 8위를 차지한 김영갑씨가 축하 꽃다발을 안은 채 미소짓고 있다.-임진각=김성규기자
‘대한민국 종단 울트라마라톤대회’에서 공동 8위를 차지한 김영갑씨가 축하 꽃다발을 안은 채 미소짓고 있다.-임진각=김성규기자
“장애는 마음에 있는 것입니다. 몸에 장애란 없습니다.”

양팔 팔꿈치 아래가 없는 마라토너 김영갑씨(31·구미마라톤클럽). 부산 태종대에서 임진각까지 537km를 한 번에 달리는 ‘대한민국 종단 울트라마라톤대회’에 참가한 그는 16일 참가자 47명 가운데 공동 8위로 임진각 망향대 앞 피니시 라인을 통과했다.

124시간4분6초. 제한시간인 132시간보다 8시간가량 빠른 기록이다. 닷새가 넘도록 달려온 그는 뒷동산을 뛰고 온 사람처럼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사흘째 새벽이 고비였어요. 잠을 거의 자지 못한 탓에 정신이 몽롱하더라고요. 그 후에도 힘들었어요.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완주한 지금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지요.”

장맛비로 운동화가 젖어 발바닥이 온통 물집투성이인 김씨는 식사 후 잠깐씩 눈을 붙인 게 수면의 전부. 하루 평균 30분 정도밖에 자지 못했다고.

그는 올해로 2회째인 국토종단 마라톤대회 참가는 처음이지만 국내 아마추어 마라토너 사이엔 꽤 이름이 알려져 있다. 마라톤 풀코스를 20여 차례 완주했고 최고기록은 국내 마스터스 50위 안에 드는 2시간43분. 올해 4월에는 보스턴마라톤에 출전해 완주했다.

김씨는 국내 대기업의 변전실에 근무하던 99년 작업 중 감전사고로 양 팔꿈치 아래를 잃었다. 실의에 빠졌던 그가 “팔이 없다면 다리로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며 시작한 게 마라톤이다.

“마라톤은 제 인생을 바꿔놓았고 이제는 삶 그 자체입니다. 제 한계를 시험하고 싶어 이번 대회에 출전했습니다. 앞으로도 죽는 날까지 마라톤을 계속할 겁니다.”

임진각=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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