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달리는 자에게 키스를…” 보스턴 축제의 날

  • 입력 2004년 4월 20일 18시 23분


“힘내라.” “넌 할 수 있어.” “여기서 멈추면 낙오자야.” ….

제108회 보스턴마라톤이 열린 20일 보스턴시는 열광의 도가니였다. 뛰는 사람들은 치열한 레이스를 펼쳤고 70만 보스턴 시민 중 50여만 명이 길가에서 응원의 함성과 박수를 쏟아냈다. 출발점인 홉킨턴엔 엄마 아빠 손을 잡은 아이들 등 가족단위 응원단이 발 디딜 틈 없이 모였다. 웨슬리로 향하는 한적한 도로엔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이 앰프로 신나는 노래를 틀어 응원했다. 미니 오케스트라와 밴드도 러너들의 힘을 북돋웠다.

압권은 코스 중간 지점에 위치한 명문 웨슬리여대 학생들이 펼친 화끈한 응원. 약 2km에 걸쳐 늘어선 여학생들은 ‘나에게 키스해주세요’ ‘난 건강하고 로맨스를 아는 남자가 좋아’ 등 이색 플래카드를 흔들며 “힘내라. 끝까지 완주하는 남자가 멋있다”를 외쳤다. 참가자들은 여학생들과 하이파이브를 했고 포옹한 뒤 키스를 퍼붓는 용감한 남자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보스턴 중심가로 들어서면 양 도로에 운집한 시민들의 응원 함성에 귀가 따가울 정도. ‘너무 훌륭해.’ ‘목표가 저기다.’ ‘넌 할 수 있어.’·…. 포기하려던 주자들도 시민들을 바라본 뒤 다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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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마라톤은 달리는 사람과 시민이 하나로 어우러진 축제. 한국에서 온 172명의 마스터스 참가자들도 함께 축제를 즐겼다.

엘리트 부문에선 케냐의 티모시 체리갓과 캐서린 은데레바가 섭씨 30도의 더위를 뚫고 남녀부를 석권했다. 체리갓은 2시간10분37초, 세계랭킹 2위인 은데레바는 2시간24분27초를 기록했다. 케냐는 남자부 1∼4위를 휩쓸었고 올해까지 14차례 대회에서 13번 우승하는 기록을 세웠다. 은데레바는 통산 3번째 우승.

보스턴=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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