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100m 18초37…조국 '아프간'을 위해

  • 입력 2003년 8월 25일 00시 04분


18초37. 23일 파리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 여자 100m 예선에서 아프가니스탄의 리마 아지미(22·사진)가 세운 기록이다. 국내 여고 체력장에서나 나올 법한 느림보 기록.

육상선수들은 기록 단축을 위해 몸에 딱 붙는 짧은 팬츠와 상의를 입는다. 그러나 아지미는 헐렁한 검은색 바지에 회색 티셔츠 차림으로 학교 운동회에 출전한 듯한 모습. 스타팅블록도 사용할 줄 몰라 대회 관계자의 지도를 받아야 했다.

이날 조 1위를 차지한 켈리 화이트(미국)의 기록은 11초26. 화이트가 결승선을 통과했을 때 아지미는 트랙 절반을 겨우 지나 61.3m 지점을 달리고 있었던 셈이다. 아지미의 기록은 세계육상선수권 사상 가장 느린 것.

아지미는 3개월 전 탈레반 정권이 축출된 뒤 생긴 첫 여자 스포츠팀에 가입해 운동을 시작했다. 아지미가 출전하게 된 것은 조직위가 탈레반 정권하에서 스포츠 활동이 엄격하게 묶였던 아프가니스탄 여성 아지미에게 상징적 차원에서 특별 케이스로 초청하고 등번호 1번을 부여했기 때문. 아지미는 카불대 영문과 2년생. 처음 배구를 하다가 체조로 바꾼 뒤 불과 몇 주 전에 100m 트랙을 뛰었다.

아지미는 조직위로부터 출전 제의를 받고 처음엔 워낙 기량 차이가 크다고 거절했지만 ‘아프간 여성을 대표해 달려 달라’는 요청에 결국 출전을 결심하게 됐다. 아지미가 비행기를 타 본 것은 이번이 처음.한편 2000년 시드니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100m에서 적도기니 출신의 에릭 무삼바니는 해수욕장에서나 입는 헐렁한 트렁크 차림으로 ‘개헤엄’을 쳐 화제가 됐다. 그는 1분52초72를 기록해 예선 1위로 골인한 피터 호헨반트(네덜란드)의 48초64보다 무려 1분04초08이나 뒤졌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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