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장종훈 “신화는 계속된다”

  • 입력 2003년 5월 7일 18시 11분


한화 장종훈
한화 장종훈
“그리워하면∼언젠가 만나게 되는∼어느 영화와 같은 일들이 이뤄져 가기를….”

한화 장종훈(35)에게 전화를 걸면 그의 휴대전화에서 흘러나오는 컬러링 음악이다. 가수 이승철의 히트곡 ‘네버 엔딩 스토리(Never ending story)’.

‘결코 끝나지 않는 이야기’라는 곡 제목처럼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연습생 신화의 주인공 장종훈의 이야기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올해 나이 35세. 하지만 많은 팬들은 그를 30대 후반으로 기억한다. 1987년 빙그레(현 한화)에 입단, 17년째 프로에서 뛰기 때문에 ‘아주 나이 많은 베테랑’으로 인식되는 것은 당연한 일. 일부에선 ‘한물 간’ 선수로 치부하기도 한다.

연봉도 지난해보다 3200만원 깎인 9800만원. “야구 좀 한다”는 선수들은 모조리 억대 연봉을 받는 시대에 장종훈이란 이름 석자를 감안하면 사실 자존심 상하는 액수다.

물론 그의 방망이는 예전같지 않다. 최근 1∼2년은 선발 출전하는 횟수도 부쩍 줄어들었다. 2001년 신인왕을 차지한 김태균이란 유망주에 밀려 이젠 포지션 찾기도 쉽지 않다. 올 시즌 초반엔 대타나 지명타자 역할이 그의 주임무였다.

하지만 요즘 장종훈은 “아직 나 안죽었어”라고 시위하듯 매섭게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5일 대전 SK전에선 1홈런을 포함해 5타수 3안타 5타점의 맹타를 날렸다. 그가 한 경기에서 5타점을 올리기는 2000년 6월23일 대전 삼성전 이후 2년10개월여 만의 일.

비록 규정타석(80)에 2타석이 모자라 랭킹에는 오르지 못하고 있지만 그는 올 시즌 0.324(68타수 22안타)의 고감도 타격을 선보이고 있다. 규정타석만 채우면 타격 10위 안에 당장 오를 수 있는 성적.

최근의 상승세 때문인지 한화 유승안 감독은 지난달 23일 수원 현대전서부터 김태균과 장종훈을 1루수와 지명타자로 번갈아 기용하며 선발 출전시키고 있다. 유 감독은 “종훈이가 겨울훈련을 충실히 한 덕을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록의 사나이’ 장종훈은 타석에 설 때마다 ‘한국신기록’을 세운다. 경기(1824), 타수(5990), 득점(1009), 안타(1703), 2루타(319), 홈런(330), 누타(3060), 타점(1106), 4사구(972), 삼진(1278)…. 그가 개인통산 최다기록을 갖고 있는 타격부문만 10개나 된다. 여기에 15년 연속(1988∼2002년) 두자릿수 홈런이라는 경이적인 기록까지 갖고 있다. 그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디서 멈출지 아무도 모른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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