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AG]이규혁 빙속 1000m서도 金 ‘2관왕’

  • 입력 2003년 2월 5일 17시 46분



“앞으로의 목표는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 금메달입니다”.

5일 일본 하치노헤시 나가네빙상장에서 열린 제5회 아오모리동계아시아경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 1분13초96으로 시미즈 히로야스(1분14초01·일본)를 0.05초차로 제치고 우승, 1500m에 이어 대회 2관왕에 오른 ‘한국 빙상의 대들보’ 이규혁(춘천시청)의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동안 종합대회에서 번번히 메달 획득에 실패하는 바람에 ‘불운의 스타’로 불렸던 그였지만 3년 뒤 동계올림픽에 대한 포부를 밝히는 대목에선 얼굴에 홍조까지 띄었다.

동계AG 개막식(2/1) 2 3 4 5

이규혁은 빙상인의 피를 타고 났다. 아버지 이익환씨(57)가 스피드스케이트 전 국가대표출신이고 피겨 대표선수 출신인 어머니 이인숙(47·대한빙상연맹 피겨 심판이사)씨는 99강원동계아시아경기 한국선수단 여자감독을 지냈다. 동생 규현(23)도 이번 대회에 피겨 대표로 참가한 빙상가족.

97년 월드컵 스피드스케이트 1000m에서 한국 빙상사상 첫 세계 신기록을 수립한 뒤 2001년 1500m에서 다시 세계 신기록을 수립했을 때만 해도 이규혁에게 세계 제패는 시간문제로 보였다.

그러나 그는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종합국제대회와는 인연이 없었다. 99년 강원동계아시아경기에서 후배 최재봉에 간발의 차로 뒤져 은메달에 머물렀고 2002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에서도 뒷심부족으로 8위에 그쳤던 것.

때문에 이번 대회는 이규혁에게 종합대회 징크스를 날릴 마지막 기회였다. 이번에도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하면 군에 입대해야 하는 절박한 처지도 이규혁의 투혼을 불사르게 했다. 벼랑끝 심정으로 대회 준비에 나선 이규혁은 지난해 말 캐나다 전지훈련을 시작으로 3년전부터 개인 코치로 인연을 맺은 제갈성렬(33) 춘천시청 감독의 지도 아래 매일 4만m를 달리는 강훈련으로 하체를 단련했다. 이번 대회 2관왕은 이같은 노력의 결실.

우승 소감을 묻는 인터뷰에서 “3년 전 국가대표팀에서 나온 뒤 제갈성렬 형과 온갖 설움을 겪으며 외롭게 훈련했다. 형이 없었다면 오늘의 영광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금메달 중 하나를 형에게 바치고 싶다”고 했던 것도 이 때문.

이규혁은 1500m 출전 하루 전인 2일 ‘심한 감기’에 걸렸다. 그러나 이규혁은 링거주사를 맞으며 출전을 강행, 1500m 우승에 이어 이날 주종목인 1000m에서 두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종합대회 우승의 한을 푼 이규혁은 “오늘 스타트가 좋았고 코너를 돌 때도 괜찮아 결승선을 통과하며 금메달을 확신했다”며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토리노동계올림픽 금메달을 향해 더욱 열심히 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오모리=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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