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성원이 4강신화 만들었죠”…정몽준 축구협회장

  • 입력 2002년 6월 30일 18시 33분


정몽준 축구협회장 [사진=권주훈기자]
정몽준 축구협회장 [사진=권주훈기자]
《“월드컵 4강 신화는 너무나 값진 성과였습니다. 한국축구의 성취이자 온 국민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쾌거로 길이 역사에 남을 것입니다.”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폐막을 하루 앞둔 29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만난 정몽준(鄭夢準·51) 한국월드컵조직위원장 겸 대한축구협회장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1993년부터 시작된 월드컵 유치 활동과정에서 전 세계를 누빌 당시 피곤함이 역력했던 것과는 딴 판이었다. 수년 먼저 유치 활동을 시작했던 일본을 따라 잡기 위해 정말 뒤돌아 볼 틈조차 없이 숨가쁘게 달려온 9년의 긴 세월이었다. 스스로 ‘축구광(狂)’임을 자처하며 한국 축구 발전과 2002월드컵의 유치와 성공적 개최를 위해 뛰어온 정 회장에게 2002월드컵의 마침표를 찍는 감회는 남다르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의 목표였던 16강을 넘어 8강, 4강 고지에 오르기까지 매 순간마다 전 국민이 감격의 환호성을 터뜨렸지만 정 회장이야말로 가슴 속 깊숙한 곳에서 가장 큰 희열을 느낀 월드컵의 주인공임에 틀림없다. 정 회장은 “무엇보다 열렬한 성원을 보내준 국민 모두에게 더할수 없는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한국축구대표 선수들이 29일 터키와의 3,4위전이 끝난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회장을 헹가래 치고 있다. [대구로이터뉴시스]
-한국축구가 아시아국가중 월드컵 사상 첫 4강 진출을 이루었는데요. 이번 월드컵을 평가를 한다면….

“먼저 월드컵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국민 여러분과 정부 각 기관, 언론에 감사드립니다. 우리 대표팀이 4강 신화를 이룬 것은 월드컵 출전 48년동안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던 사실에 비추어보면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알수 있습니다. 성적도 좋았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큰 성과를 거뒀습니다. 우선 경제에 큰 활력소가 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고 국가 위상이 제고되었음은 분명합니다. 세계 각국 언론들은 이번 월드컵이 한국에 대한 국가 이미지를 높였다고 평가했고 국내의 한 연구기관은 앞으로 한국 제품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또한 서울 세종로 네거리와 전국의 주요 광장, 거리에 넘실댄 붉은 물결은 많은 분이 지적했듯이 우리 국민, 우리 민족의 단합을 보여준 쾌거였습니다. 이밖에 공동개최국 일본과의 관계가 좋아진 것도 성과중의 하나지요.”

-이번 월드컵이 한일 양국 사이에 어떤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는지요.

“월드컵을 공동개최한다고 해서 양국간에 있는 현안이 한꺼번에 해소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각종 여론 조사와 의견을 들어보면 한국과 일본 국민이 그 어느때보다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 대표팀과 이탈리아간의 16강전은 일본에서 5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일본이 16강에 머문데 비해 한국이 잘 하자 아시아를 대표하는 한국이 더 좋은 성적을 올리도록 응원해주는 일본인들을 보며 뭔가 변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이 거둔 성과는 거스 히딩크 감독의 지도 역량에 의존한 바가 크다는 평가인데요. 선수들이나 국민들의 눈높이가 높아져 앞으로 대표팀 감독 인선에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 대책을 갖고 있나요.

“히딩크 감독에게 배운 바가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 대표팀은 히딩크감독의 지도를 받으면서 그 훈련 기록을 자세하게 남겼고 앞으로 선수 지도에 많은 참고가 될 것입니다. 협회 생각으로는 히딩크 감독이 좀 더 지도를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최종 결정은 히딩크감독 본인이 하게 될 겁니다. 만약 히딩크 감독이 떠난다면 기술위원회가 심사 숙고하여 후임 감독을 선정하게 될 것입니다.”

-월드컵 기간 심판 판정을 둘러싼 음모론이 불거져 나왔는데요.

“음모라니요? 단언컨대 그런 일은 절대 없습니다. 오히려 독일과의 4강전에서는 우리가 심판 판정에 대해 항의했어요. 한국 대 독일간의 준결승 경기 주심은 독일계 스위스인이었습니다. 만일 그 심판이 독일계 스위스인이 아니고 한국 선수들과 한국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한국계 중국인이나 한국계 일본인이었다면 적절한 조치라고 이해할 수 있겠어요?. FIFA가 이같은 사항을 고려하여 심판 배정 시스템을 개정하기로 약속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붉은 옷을 입고 거리를 가득 메웠던 국민중 상당수가 월드컵이 끝난 후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합니다.

“월드컵으로 생산성이 저하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5000년 역사 이래 최대의 잔치이고 이 잔치를 통해 우리 민족의 단합과 우리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으므로 이것이 경제 발전에 큰 활력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월드컵의 감동을 가슴에 간직하고 생산 현장에서 우리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열심히 일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또한 건강 유지를 위해서나 여가의 즐거운 시간을 위해 축구를 더 많이 사랑해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월드컵 경기장 사후 관리가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가장 바람직한 활용은 역시 해당 도시의 프로축구팀이 홈 구장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축구 뿐아니라 문화 전반의 발전 모델은 유럽이죠. 유럽의 경우 축구 경기장이 지역의 센터로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다목적으로 활용되고 있어요. 축구 전용구장이지만 다목적 문화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좋은 방안들을 많이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개막 직전까지 남북 분산 개최를 추진해왔지만 무산된 건 아쉬움이 남습니다. 앞으로 남북한 친선 축구대회 등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우선 9월의 남북 축구 교류가 성사되도록 힘쓰겠습니다. 북한과의 축구 교류에 대해서는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습니다. 같은 민족으로서 동질성 회복의 차원에서 꾸준히, 서두르지 않고 남북 축구교류에 힘쓸 생각입니다. 동북아 리그와 병행하여 한중일과 북한이 참여하는 대회를 조속히 개최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대표팀은 우수한 성적을 거뒀지만 국내 프로축구와 학원축구 현장에서는 저변 육성에 소홀하다고 불평합니다. 한국 축구를 장기적으로 발전시킬 방안이 있다면….

“언론에서 자주 지적하고 있는 부분인데 유소년축구에 대한 투자 효과는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협회는 ‘2010 프로젝트’를 마련하여 차분히 실천에 옮기고 있습니다. 애정을 가지고 좀 더 기다려주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참고로 한국축구 10대 추진 과제는 △군 축구팀 창단 및 군 축구 활성화 △협회 등록 규정 개선 △초중고 전국대회 축소 및 권역별 리그제 전환 △프로축구단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 제도화 △권역별 축구장 건설 △프로구단 추가 창단 및 2부리그 시스템 구축 △여자축구팀 창단 유도 △남녀 유,청소년 권역별 상비군 제도 정착 △우수 지도자 육성 △축구협회 행정력 제고 및 안정적 재정 확보 등입니다.”

-마지막으로 대선 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힐수 있습니까.

“월드컵이 완전히 마무리 되는 때에 가서 향후 입장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겁니다. 월드컵이 끝나면 국민과 대화를 통해 결정할 생각입니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2002한일월드컵 유치 및 개최 일지
날짜내용
1993년 1월12일제47대 대한축구협회장에 정몽준 회장 취임
1993년 2월정몽준 회장 2002월드컵 유치 의사 표명
1993년 6월국제축구연맹(FIFA)에 2002월드컵 유치 의사 공식 전달
1994년 1월18일2002월드컵축구대회 한국유치위원회 공식 출범
1994년 8월한국월드컵 유치위원회 해외유치교섭단 구성
1995년 1월월드컵 유치신청서 준비작업단 구성
1995년 9월FIFA 사무국에 유치 신청서 제출
1996년 5월31일2002월드컵 한국과 일본 공동개최로 결정
2001년 4월28일∼12월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을 끝으로 10개 월드컵경기장 모두 개장
2002년 5월31일
2002년 6월30일
2002년 한일월드컵 개막
2002년 한일월드컵 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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