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중원의 지휘자 토티 -韓 스타킬러 김남일 氣싸움

  • 입력 2002년 6월 17일 18시 22분


세계적 스타의 '킬러'로 떠오른 김남일과 '천재 플레이메이커' 프란체스코 토티
세계적 스타의 '킬러'로 떠오른 김남일과 '천재 플레이메이커' 프란체스코 토티
이탈리아축구의 기본 공격 스타일은 수비라인에서 길게 연결되는 역습 패스를 최전방 스트라이커들이 ‘적진에 홀로 선 장수처럼’ 개인 능력으로 돌파해 골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이탈리아가 90분 내내 미드필드를 포기한 것처럼 경기를 하지만 최강의 지위를 누릴 수 있는 것은 바로 ‘카테나치오(빗장수비)’ 못지않게 탁월한 공격수들의 능력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거꾸로 보면 공격수들의 발이 단단히 묶였을 경우 후방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어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연결된다.

18일 2002월드컵축구 8강 진출을 다투는 이탈리아의 ‘중원 지휘자’ 프란체스코 토티(26·AS로마)와 한국 팀 제1의 ‘전담 수비수’ 김남일(25·전남 드래곤즈)의 맞대결에 세계 축구계가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토티는 이탈리아 축구의 색깔을 바꿨다는 평을 듣고 있는 천재 플레이메이커. 93년 17세의 나이에 명문 AS로마의 주전 자리를 꿰찼고 지난해에는 주장 완장을 두르고 프로축구 세계 최고봉으로 평가받고 있는 세리에A와 이탈리아 슈퍼컵 우승컵을 팀에 바쳤다. 2000년 유럽선수권(유로2000) 때는 ‘아주리 군단’의 당당한 일원으로 팀을 결승에 올리기도 했다.

▼관련기사▼

- 윤정환 슈팅 연습… 8강행 히든카드 ?
- 伊 토티 플레이메이커 출격
- 압박이냐 빗장이냐…수비서 결판
- 韓-伊감독 출사표
- 대표팀 각오 한마디
- 허정무 "자신감을 가져라"
- 한국, 승부차기 가면 伊꺾는다?
- 대전경기장, '코앞응원' 열기 전한다
- “승리의 나팔 울려라”… 대전 표정
- 태극전사 10명 병역면제
- [사설]이번에는 '8강 신화' 다
- ‘대들보’ 홍명보 자서전 ‘16강 특수’

이번 월드컵 조별 라운드에서는 필리포 인차기의 부상으로 플레이메이커 역할 대신 크리스티안 비에리와 당당히 투톱으로 선발 출장했다. 이 과정에서 이탈리아의 ‘국민 영웅’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를 후반 자신의 교체멤버로 밀어내 조반니 트라파토니 감독의 깊은 신임을 재확인했다.

트라파토니 감독이 이처럼 토티를 총애하는 것은 그가 상대 문전에서 펼쳐내는 날카로운 스루패스와 탁월한 개인기 때문. 이탈리아 공격의 출발점이자 젖줄인 셈이다.

토티의 맞상대는 수비형 미드필더 김남일. 지난달 프랑스와의 평가전 때 지네딘 지단의 발을 꽁꽁 묶어 ‘스타 킬러’로 명성을 떨쳤던 그는 월드컵 조별 라운드에서도 폴란드의 공격형 미드필더 피오트르 시비에르체프스키, 미국의 클라우디오 레이나, 포르투갈의 후이 코스타와 주앙 핀투의 화력을 원천 봉쇄했다. 한국이 조별 라운드 3경기를 1실점으로 통과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미드필드에서 상대 공격 루트를 앞서 차단한 김남일의 노련한 압박 덕이었다.

토티에 비해 김남일의 지명도는 크게 떨어진다. 하지만 김남일은 더 이상 상대의 명성에 주눅들지 않고 있다. 16일 한 이탈리아 언론이 당연한 듯 스타군단 이탈리아 선수 중 김남일의 우상이 있을 것이란 지레짐작으로 “이탈리아 선수 중 누구를 좋아하느냐”고 묻자 그는 “그럴만한 선수가 한 명도 없다”고 맞받아쳐 상대를 당황케 했다. 그만큼 최근 경기를 통해 어떤 선수를 상대로 하더라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은 것.

특히 김남일의 이날 대답은 토티가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을 상대로 마음만 먹으면 골을 넣을 수 있다”고 자만심에 가까운 자신감을 표현했다는 소식을 들은 후에 한 것으로 둘의 치열한 기싸움이 이미 그라운드 밖에서부터 시작됐다는 풀이다.

대전〓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