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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6월 5일 02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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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밤 한국이 월드컵 본선 출전 여섯번 만에 사상 첫 승을 거두던 순간, 강창기(姜昌基·75·경기 군포시)씨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1954년 한국이 처음 출전한 스위스 월드컵에서 미드필더로 뛰었던 강씨는 당시 세계 최강이었던 헝가리팀에 9-0으로 패한 쓰라린 기억을 ‘태극전사’ 후배들이 이룬 천금 같은 첫 승으로 깨끗이 날려버릴 수 있었다.
그는 지난해 8월 척추밀착증 때문에 수술한 허리 통증에 시달려 왔지만 이날 승리의 순간 만큼은 통증을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불끈 쥔 두 주먹에는 땀이 흥건하게 고였다.
“그래, 그렇지. 바로 그거야.”
한국 선수가 폴란드 선수를 제치고 연이어 골을 터뜨릴 때마다 강씨는 흥에 겨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가족들이 불안해하기도 했다.
“키 작은 우리 선수들이 벌떼 같이 쏘고 야무지게 뛰는 걸 보니 마음이 참 든든해.”
큰 경기에는 실력 이상으로 운이 따라야 하지만 이번 경기는 한국 선수들이 운 못지않게 탄탄한 실력으로 이겼다고 강씨는 평가했다.
기도하는 심정으로 경기를 지켜봤다는 강씨는 모 기업의 네덜란드 지사장으로 근무하는 아들집을 방문하기 위해 5일 출국한다. 멀리 네덜란드에서도 후배들의 다음 경기를 지켜보며 응원하겠다는 강씨의 눈가엔 감격의 눈물이 배어 있었다.
“이제야 48년 동안 안고 살아온 한을 풀었어. 앞으로 더 잘해야지. 난 후배들을 믿어.”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