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성'의 LG 9회말 역전드라마

  • 입력 2001년 7월 1일 23시 18분


시즌 도중 LG에 합류한 김성근 감독대행은 취임일성으로 “끝까지 물고늘어지는 근성의 야구를 펼치겠다”고 밝혔다.

1일 잠실에서 열린 프로야구 LG-삼성전. 7회까지 스코어는 7-3, 삼성의 리드로 승부는 판가름난 것같이 보였다. 게다가 삼성 마운드엔 임창용이 버티고 있었고 마무리엔 구원 선두 리베라가 대기한 상태.

이쯤 되면 선수들은 “오늘 게임은 졌네”라고 지레 포기하기 마련이지만 LG는 기적 같은 9회말 역전승을 일궈냈다. 8회 2사 만루에서 대타로 나선 무명 박연수가 2타점짜리 적시타를 쳐낸 게 추격의 신호탄.

5-7, 2점차로 따라붙은 LG는 9회 선두 김재현이 볼넷으로 살아나간 뒤 1사 후 이병규가 다시 삼성 마무리 리베라로부터 볼넷을 얻었다. 1사 1, 2루에서 양준혁이 가운데 안타를 터뜨려 스코어는 이제 1점차.

기세가 오른 LG는 심성보가 동점타를 터뜨린 뒤 서용빈이 내야안타로 찬스를 연결시켰다. 7-7로 맞선 9회 말 2사 만루의 극적인 상황에서 김정민은 왼쪽으로 끝내기 안타를 멋지게 뽑아내 3시간49분간 펼쳐진 역전드라마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 경기에서 삼성 이승엽은 7회 LG 투수 신윤호로부터 우측 담을 넘는 1점 홈런을 터뜨렸다. 이틀 연속 홈런으로 시즌 23호를 기록해 홈런 2위인 롯데 호세(19개)와의 간격을 4개로 벌렸다. 4월 6홈런에 그쳤던 이승엽은 5월 7홈런, 6월 9홈런 등 날씨가 더워질수록 장거리포가 폭발하고 있다. 최근 때려낸 4홈런이 모두 120m 이상의 비거리를 기록했다는 게 바로 힘이 붙고 있다는 증거.

프로 2년차 동기생인 현대 마일영과 SK 이승호의 선발 맞대결이 펼쳐진 수원경기에선 3-3이던 8회 현대 박재홍이 SK의 바뀐 투수 조웅천을 2점 홈런으로 공략해 5-3으로 이겼고 사직에선 롯데가 한화에 7-2로 승리해 3연패 탈출. 팔꿈치 부상 후 재기에 성공한 롯데 선발 염종석은 7이닝 4안타 1실점으로 호투해 1년11개월여 만에 승리의 감격을 맛봤다. 한편 이날 수원에서 열릴 예정이던 현대-SK의 연속경기 1차전과 광주 해태-두산의 연속경기는 비로 연기돼 2일 오후 6시30분부터 열린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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