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365일 앞으로]KDI "생산유발 11조원"

  • 입력 2001년 5월 30일 18시 39분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남자농구 시상식. 우승을 차지한 미국 선수들은 아디다스사의 마크가 찍힌 유니폼을 입고 시상대에 오르는 것을 거부했다. 이유는 경쟁업체인 나이키와 이미 개인적으로 스폰서 계약을 했기 때문. 결국 선수들은 유니폼 위에 미국 국기를 망토처럼 두르고서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스포츠를 통한 마케팅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경제가 순수 스포츠 행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는 경제적 측면에서 파급 효과가 엄청나다.

경기장과 각종 편의시설을 짓는 과정에서 건설 특수(特需)가 생겨나고 외국인 관람객들의 지갑에서 나오는 관광 수입이 개최국의 경기를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돈이 풀리면 관련 제품의 생산과 소비가 활발해지고 일자리도 늘어나 경제가 활기를 띠게 된다.

▽11조원 이상의 생산유발 효과〓한국개발연구원(KDI)은 28일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의 경제적 파급효과’라는 보고서를 통해 한일월드컵이 한국경제에 11조4797억원의 생산을 유발해 35만명의 일자리를 가져다줄 것이라 전망했다. 부가가치로 따지면 5조3357억원으로 계산된다는 것.

▼글 싣는 순서▼
1. 월드컵 준비의 불안
2. 인프라 구축의 현주소
3. 월드컵 열기와 문화의식
4. 흑자 월드컵의 고민
5. 공동 개최의 문제해결
6. 월드컵 개최 이후

또 연인원 78만9826명의 외국인이 월드컵 축구대회를 관람하며 숙박 교통비 음식값 등 관광비용으로 6억3600만달러(약 6825억원)를 쓸 것으로 추정된다.

88년 서울올림픽 개최로 한국은 개발도상국 상태에서 정체돼 있던 국가경제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었다. 당시 서울올림픽은 26억달러의 경제적 효과와 33만6000명의 일자리(간접효과 포함)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 같은 수치는 금액으로 집계가 가능한 유형의 효과일 뿐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전세계에 알려 생기는 비(非)계량적 효과까지 감안하면 개최에 따른 이익은 훨씬 불어난다.

전문가들은 무형의 효과로 △국가 및 기업이미지 상승에 따른 수출증대 △전통문화 및 자연경관 소개를 통한 관광수입 증가 △스포츠 마케팅 등 유관산업의 활성화 등을 꼽는다. 지방의 개최도시가 알려지고 해당 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의 국제적인 영업활동이 도움을 받는 것도 월드컵이 가져다주는 중요한 선물이다.

▽흑자 월드컵은 가능할까〓경제적 효과만 놓고 보면 월드컵이 올림픽보다 한수 위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96년 미국 애틀랜타 올림픽을 지켜본 지구촌 시청자 수가 연인원 160억명이었던 반면 98년 프랑스 월드컵 시청자는 두 배가 넘는 370억명이었다. 월드컵조직위는 내년 한일 월드컵 시청인구가 사상 최대인 600억명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98년 월드컵을 개최한 프랑스는 대회를 전후한 1년간 27만5000명의 일자리가 창출됐고 주가도 97년말보다 45% 상승했다.

▽월드컵 마케팅 기회 살려야〓월드컵은 ‘로컬’ 수준에 머물러 있는 한국 기업들의 브랜드를 ‘글로벌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재봉틀 회사로 알려졌던 일본의 브라더 공업은 8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의 스폰서로 참여해 톡톡히 재미를 본 케이스. 10∼15%에 불과했던 해외고객의 인지도가 올림픽이 끝난 뒤 60∼70%로 높아졌고 정보기기 전문회사로 이미지를 개선하는 효과를 거뒀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 한국통신 등 월드컵 공식파트너로 선정된 국내 기업들은 월드컵 마케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월드컵의 스폰서 비용은 대략 수백억원대로 만만찮은 금액이지만 실제 광고효과는 투자비의 수십 배에 이를 것으로 관련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최근 후원한 유로2000 축구대회에서 2억4000만달러 이상의 광고효과를 낸 점을 들어 월드컵에서는 1조원 이상의 효과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공식 파트너는 아니지만 LG전자도 ‘컨페더레이션스컵(대륙간 컵)’ 대회를 후원하는 등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기회로 삼고 있다.

하지만 한국기업들의 월드컵 마케팅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 특히 캐릭터처럼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에서는 일본에 크게 뒤져 있다. 월드컵 마케팅이 몇몇 대기업에 치중해 있을 뿐 대다수 우량 중소기업들이 아예 관심권에서 벗어나 있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이제 ‘물건만 잘 만들면 된다’는 식의 아날로그형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정부와 기업이 각각 국가와 제품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 월드컵 특수를 체계화 장기화하는 전략을 실천에 옮겨야 할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원재·박중현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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