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초현 "어른들 못믿겠어요"…팀창단 늦어져 연습할곳 없어

  • 입력 2000년 12월 15일 19시 13분


시드니 올림픽의 ‘사격요정’ 강초현양(18·유성여고3년·사진)은 최근 “어른들을 못 믿겠다”는 말을 자주 한다.

올림픽 직후 진로를 고민하는 강양에게 대전지역 기관과 기업들이 앞다퉈 ‘대전 잔류’를 종용하며 여러 가지 혜택을 주겠다고 약속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변질되고 있기 때문.

당초 강양은 서울에 있는 실업팀에 입단해 돈을 벌어 야간대학에 다니면서 홀어머니를 부양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강양은 ‘대전 잔류’를 조건으로 한화유통의 갤러리아 백화점이 사격팀을 창단하고 대전시와 대전시교육청이 새 사격장을 건립하겠다고 약속하자 고심 끝에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당초 약속과 달리 실업단 창단은 늦어지고 규모도 크게 축소됐다.

강양은 “처음에 방아쇠를 당기는 방법에서부터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는 순간까지 도와주신 강재규 감독님과 함께 이동하고 싶었는데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실업팀 창단이 당초 올 10월에서 내년 1월로 연기된 데다 규모도 감독 코치 각 1명, 선수 6, 7명에서 코치 단일체제에 선수도 2∼4명선으로 줄어들자 ‘우수선수와 연습하고 싶다’는 꿈이 한 풀 꺾이게 된 것.

사격장 건립약속도 늦어져 내년 8월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강양은 내년 2월 고교졸업 후 태릉선수촌 등을 기웃거리며 연습해야 할 처지다.

강양의 감독 강재규씨(40)는 “실업팀 창단과 사격장 착공이 늦어진 것은 경제침체에 따른 기업 내부사정도 있으나 각 기관과 기업이 지나치게 홍보효과를 노려 제대로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한 때문”이라며 “강선수가 앞으로 엄청난 심적 갈등을 겪게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강양은 14일 체육특기생으로 충남대에 입학원서를 내면서도 찜찜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대전〓이기진기자>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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