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송지영의 '사격일기'…"욕심버리고 쏘자"

입력 2000-09-22 18:58수정 2009-09-22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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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일기를 보며 경기내용을 점검하는 송지영
‘내려야 하는데 안내리고 쐈다’.

‘집중이 안된다…총이 좀 흔들려도 쏘고난 후 놓치지 말자’.

22일 시드니올림픽 여자사격 스포츠권총 경기에 나선 ‘여고생 총잡이’ 송지영(18·경기체고)은 정확성을 요하는 완사(6분내 5발 사격)가 끝날 때 마다 사대 뒤에 놓인 의자에 앉아 깨알같은 글씨로 자신의 경기 내용을 수첩에 적고 있었다.

그는 급사(3초에 한발씩) 마지막 시리즈에서 결선 탈락이 확실해지자 ‘너무 욕심이 크구나. 그래 이제 끝이니 편안히 쏘자. 지영이는 아직 아니다’라고 적은데 이어 최종 60발째를 쏘고난 후에는 ‘왜 마지막 발이 빠지냐. 괜찮아. 지영아. 괜찮아’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학 진학을 걱정하던 송지영이 올 5월 당당히 태극마크를 단 ‘신데렐라’로 부상한 비결은 바로 이 ‘사격 일기장’이었다. 자신의 플레이를 돌아보고 약점을 개선하는 한편 초조하기 쉬운 마음을 다스리는데도 이처럼 좋은 특효약은 없다.

국내 사격선수들 대부분이 이 일기장을 쓰고 있으나 송지영만큼 기록에 꼼꼼한 선수는 없다. 송지영은 그 덕분인지 이날 스포츠권총 완사 부분에서 294점을 기록, 전체 2위를 차지했다. 연습이 부족했던 급사에서는 282점에 그쳐 합계 종합 18위로 주저앉았으나 가능성을 인정받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이은철과 부순희의 부진으로 울상이 된 한국 사격계가 그래도 희망을 이어가는 것은 바로 송지영같은 새싹이 있기 때문.

“4년후 아테네올림픽에서는 공기권총과 스포츠권총 두 부문을 모두 제패해 2관왕에 오를테니 지켜보세요.일기는 그때도 계속될거예요” 그간 흘린 땀방울이 아까워서라도 뭔가를 이루기 전까지는 총을 놓지 않겠다는 열여덟 여고생의 당찬 다짐이다.

<시드니〓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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