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첫金 윤미진 부모 "뒷바라지 제대로 못해줬는데…"

입력 2000-09-19 19:24수정 2009-09-22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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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수의 경기를 지켜보며 환호하는 어머니 김정희씨(맨 앞)와 친인척들.
“제대로 뒷바라지도 못해줬는데…. 장한 우리 딸이 드디어 해냈구나.”

19일 오후 2시28분경 ‘소녀 신궁’ 윤미진 선수가 시드니 올림픽 양궁 개인부문 금메달을 확정하는 순간 손에 땀을 쥐며 경기를 지켜보던 윤선수의 아버지 윤창덕(尹昌德·54경기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 신우아파트)씨는 두손을 번쩍 치켜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경기 용인시 구성면 보정리 삼성수지6차아파트 공사현장에서 5t짜리 덤프트럭으로 공사장의 잔토를 처리하고 있는 윤씨는 이날도 공사일정 때문에 미진이의 예선경기는 보지도 못했다. 윤씨는 뒤늦게 이 사실을 안 동료들의 배려로 현장사무실에서 딸의 결승전만을 지켜봤다.

눈시울을 붉히던 윤씨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제대로 뒷바라지해준 것도 없는데 그저 미진이가 자랑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윤씨는 “미진이가 평소 휴대전화 화면에 이름 대신 ‘나는 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써넣고 다녔고 ‘망설이지 않고 자신있게 쏜다’는 당찬 소신을 갖고 있어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미진이가 스무살이 넘으면 남들처럼 머리에 물도 들이고 귀고리를 하고 다니겠다고 말하면서도 양궁이 좋다며 절제있게 생활해왔다”고 말했다.

한편 군포시 두산유리 공장에서 식당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는 미진이의 어머니 김정희씨(45)는 이날 월차휴가를 내고 평소 다니던 절을 찾아 4시간 동안 새벽 불공을 드리고 왔다. 윤선수의 수원집에는 이웃아주머니 30여명이 모여 김씨와 함께 TV를 시청하고 있었지만 딸이 김수녕선수와 맞붙은 4강전 경기는 차마 보지 못하고 안방에 정화수를 떠놓고 기도만 했다.

김씨는 “미진이가 겨울이면 손이 갈라지고 부르텄지만 힘들다는 말 한마디 없이 연습에만 몰두하곤 해 안쓰러운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며 눈을 훔쳤다.

김씨는 또 “미진이가 그동안 각종 경기에서 트로피와 메달을 수십개나 받아왔지만 한번도 경기장을 찾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하면서 “미진이가 돌아오면 좋아하는 피자와 통닭을 실컷 사주겠다”고 말했다.

윤선수의 가족은 할머니(75)와 미진양을 포함한 1남4녀 등 모두 8명. 90년 고향인 충남 보령시에서 농사를 짓다 수원으로 올라와 방 2칸에 부엌이 딸린 11평짜리 집에서 어렵게 살아온 윤선수 가족은 지금은 4년 전에 장만한 32평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한편 윤선수의 모교인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 경기체육고(교장 현길호·59) 교정은 그의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건물이 떠나갈 듯한 환호성이 곳곳에 울려퍼졌다. 이 학교 교무부장 이현석교사(39)는 “우리 학교 개교 이래 오늘이 가장 기쁜 날”이라고 말했다.

<수원〓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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