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여자양궁 4강전 남북 '정다운 응원'

  • 입력 2000년 9월 19일 19시 04분


○…‘한민족은 역시 하나.’

2000시드니올림픽 첫 남북대결이 이뤄진 19일 올림픽파크 양궁장은 우렁찬 “코리아” 함성으로 가득했다.

한반도 깃발의 물결과 경쾌한 꽹과리 장단 속에 남북한의 대결장은 싸움터가 아닌 통일을 향한 화합의 무대로 변해갔다.

여자 개인전 4강에서 맞붙은 김남순과 최옥실은 비록 승패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지만 패자는 승자에게 축하를, 승자는 패자에게 위로를 건넸다.

김남순과 최옥실이 나란히 사대에 서자 스탠드 곳곳에서는 “코리아”와 두 선수의 이름을 함께 외치는 응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북한 선수단 임원들이 본부석 왼쪽 상단에 자리잡고 있던 이학래 총감독(한양대교수)과 이에리사 용인대 교수 등 한국선수단 임원들에 다가가 반갑게 악수를 한 뒤 함께 경기를 지켜보는 모습도 정겨웠다.

경기 도중 한국에서 온 응원단과 교포들은 물론 외국인들도 남북 화합의 한마당에 따뜻한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코리아 잔치’를 만끽했다.

코리아의 통일 무드는 김남순이 승리를 확정한 순간 절정에 이르렀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서로 손을 맞잡았고 대표팀 맏언니 김수녕은 남북 후배들에게 다가가 “잘했다”며 격려했다.

북한선수단 임원인 장경호씨는 경기를 어떻게 봤느냐고 묻자 “이제 이기고 지는 게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며 활짝 웃었다.

시드니의 푸른 하늘에서 펼쳐진 양궁 남북대결 모습은 한반도의 화해 무드를 전 세계에 알리기에 충분했다.

○…남북선수단에 대한 본격적인 응원전을 펼치고 있는 2000 시드니올림픽 코리아응원단(단장 안승춘·安承春 한국통신 정보시스템본부장)이 시드니 현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전통복장을 차려입은 응원단원들은 경기중간 휴식 시간에 외신기자들이나 현지 관중들의 카메라 세례를 받는가 하면 경기가 끝난 뒤 사물놀이를 앞세운 풍물놀이패는 응원단과 외국 관광객들의 한바탕 축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18일 홈부시 올림픽파크내에서 열린 한국과 뉴질랜드의 여자농구 경기때는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과 이상철 한국선수단장 등 체육계 관계자들이 경기장을 찾아와 응원단을 격려했다. 이들은 전반전이 끝난 뒤 경기장에 도착해 코리아응원단과 함께 박수를 치며 한국 여자농구팀을 응원했다.

사또 옷을 입고 응원단 사회를 본 맹선재씨는 로이터통신 등 외국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으며 로이터는 맹씨에게 한국전통의상에 대해 설명해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

호주인 관중들은 전반전이 끝난 뒤 휴식시간에 코리아응원단 주위로 몰려들어 맹씨 등 전통복장을 입은 응원단원들과 사진을 함께 찍는 등 큰 관심을 표시했다.

응원단 400여명은 경기가 끝난 뒤 올림픽 주경기장 앞에서 사물놀이에 맞춰 흥겨운 놀이판을 벌여 행인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지나가던 호주인들이나 외국 관광객들은 응원단과 함께 풍물놀이패와 어울려 한바탕 어깨춤을 추었으며 주위에 몰려든 외국인들은 비디오카메라나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올림픽파크는 순식간에 축제분위기에 휩싸였다.

응원단이 놀이판을 끝내고 경기장을 빠져나갈 때 호주 현지인들과 외국관광객들은 박수를 치며 코리아에게 파이팅을 보냈다.

<시드니〓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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