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올림픽 마케팅 "금메달감"

  • 입력 2000년 9월 13일 18시 45분


올림픽이 열리는 호주 시드니의 락스 거리. 이 곳에는 삼성의 디지털숍이 설치되어 있다. 호주의 인기 라디오 앵커가 진행하는 AM 라디오 프로그램이 디지털숍 앞에 마련된 특설 스튜디오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10분 간격으로 앵커의 삼성 관련 코멘트가 흘러나온다.

200평 규모의 이 디지털숍은 삼성측이 지난달 15일부터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것. 1층에 삼성의 최신 휴대전화 모델이 전시되고 지하에서는 호주의 유명한 금메달리스트를 동원해 찍은 삼성 홍보영화가 30분 간격으로 상영되고 있다. 9일 기준 이곳을 방문한 올림픽 관광객만 1만5000여명, 올림픽 기간 중에는 7만명 이상이 이곳을 다녀갈 것으로 예상된다.

시드니 거리 곳곳에서 ‘삼성 디지톨(Digit@ll)’이라고 씌어진 풍선을 손쉽게 볼 수 있듯이 삼성의 올림픽 마케팅은 그 규모와 세밀함에서 경쟁 다국적 기업들을 압도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마케팅 프로그램은 △삼성 디지털숍 개설 △삼성 휴대전화 시연행사 △삼성 달리기 축제 △거래선 초청행사와 같은 직접적인 판촉 활동 외에도 △삼성 올림픽 홍보관 운영 △선수가족 초청행사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전 세계적으로 삼성이 투입하고 있는 올림픽 마케팅의 총 비용은 약 2억달러. 이는 광고나 프로모션, 현지 스폰서십 등만 산정한 금액이며 천문학적인 액수로 추정되는 파트너십 획득 비용이나 구체적인 사안에 따른 마케팅 비용은 정확히 그 규모가 파악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나다.

특히 5월에는 전 세계 13개국에서 모두 1000만달러를 들여 올림픽 게임폰 200만대를 판매하고 총 360명의 고객을 올림픽 기간 중에 시드니로 초청하는 ‘고투 시드니(GO TO SYDNEY)’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한편 10일 시드니올림픽공원 내 1400평 규모에 개관한 ‘삼성 올림픽 홍보관’도 현지에서 큰 화제가 됐다. 올림픽공원 내에 한국 기업이 그 정도의 공간을 차지한 것도 놀랍지만 이건희 삼성 회장을 필두로 사마란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장, 딕파운드 부위원장, 샌디홀웨이 시드니올림픽조직위원장 등 참석한 400여명 인사들의 면면이 삼성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삼성은 이번 올림픽 개최 기간 중 미국의 육상 스타 마이클 존슨을 모델로 한 TV광고를 내보내는 것은 물론 라디오, 신문 광고, 네온사인 5개, 공항 입간판 1개, 공항 푸시카트 1400대, 택시 600대, 육교 현수막 15개 등에 삼성 로고를 실어 전 세계에 알릴 예정.

삼성은 특히 시드니올림픽에 이어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과 2004년 아테네 하계올림픽에도 공식 파트너(스폰서)로 참여키로 하는 등 올림픽을 통한 브랜드 마케팅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 52억달러(세계 43위)로 추산되는 ‘삼성’ 브랜드 가치를 코카콜라나 IBM, 맥도널드, 코닥 등과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 수준으로 키운다는 계획.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 영국법인의 올 상반기 휴대전화 단말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0%가 증가한 것은 올림픽 마케팅 효과를 보여주는 일례”라며 “삼성전자는 2005년까지 디지털과 무선통신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브랜드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 올림픽 마케팅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드니〓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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