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돌아온 아줌마 궁사' 김수녕- 김경욱

  • 입력 2000년 4월 13일 19시 42분


그들에겐 '주부궁사' '아줌마궁사'라는 말이 따라다닌다. 결혼과 함께 활을 놓는 국내 여자 양궁계의 풍토에서 그들은 확실히 '별종'이기 때문이다.

88년 서울올림픽 개인 및 단체전 2관왕, 세계선수권 2관왕 2연패 등 세계 양궁계의 '신궁'으로 불렸던 김수녕(29·예천군청).

96 애틀랜타올림픽 때 생생한 현장중계를 위해 과녁 한가운데 설치한 초소형 카메라를 두차례나 맞히는 놀라운 실력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김경욱(30·삼익스포츠).

결혼과 함께 은퇴했다가 각각 6년, 2년여의 공백을 뛰어넘고 다시 활을 잡은 이들은 쟁쟁한 후배들을 제치고 2위와 7위의 좋은 성적으로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을 통과해 시드니올림픽 출전 가능성을 높였다.

이 '독한 여자들'을 만나봤다.

―결혼 전과 결혼 후 활을 쏠 때 달라진 점이 있나.

"전에는 '지면 안된다'는 압박감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끝까지 열심히만 한다면 지더라도 내 자신을 용서할 수 있다는 여유가 생겼다."(김수녕)

―아이를 키우는 주부로 어려움이 많을텐데….

"15개월된 아이를 두고 훈련을 나가려면 발걸음이 안떨어진다. 남편이 외아들이라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데 많이 이해를 해 주신다. 다시 운동을 할 수 있는 건 가족들의 도움 덕분이다."(김경욱)

―결혼 전 선수시절에 '독사'라는 별명이 붙은 걸로 안다.

"아마 '한다면 한다'는 스타일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내가 지은 것도 아니고 여자에게 그런 별명은 왠지…."(김수녕)

―경기장에서 후배들 눈치를 많이 보는 것 같은데….

"사실 후배들에게 가장 미안하다. 후배들이 '집에서 살림이나 하지 왜 나왔어요'라고 하면 할 말이 없다. 후배들은 96년 애틀랜타올림픽이 끝난 뒤 국가대표 선발전을 4년씩이나 힘들게 준비해 왔는데 우린 준비해서 대회에 나온 게 아니다. 선수촌 생활이 힘들다는 것은 누구보다 우리가 더 잘 안다."(김경욱)

―시드니올림픽에 나갈 자신은이 있나….

"잘만 하면 비행기를 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장담은 못한다. 국가대표 선발전은 한순간 잘못하면 '삐끗'이니까…."(김수녕)

<원주〓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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