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유니폼 입고 첫 불펜투구 "ML서도 자신"'

  • 입력 2000년 2월 22일 19시 03분


22일 미국 플로리다주의 소도시 포트마이어스.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이곳에서 유난히 돋보이는 선수가 한명 있었다.

특유의 치렁치렁한 긴 머리를 휘날리며 메이저리거들과 나란히 땀을 쏟고 있는 이상훈(29). 그의 발에는 보스턴의 심볼인 ‘빨간 양말(레드삭스)’이 신겨 있었다.

그는 국내팬에게도 널리 알려진 LA다저스 출신 투수 라몬 마르티네스, 후배 김선우 등과 한조를 이뤄 수비훈련을 한 뒤 불펜에서 간단한 하프피칭을 하고 본격적으로 볼을 뿌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세차례 불펜 피칭을 했었지만 20일 메이저리그 캠프가 시작됐기 때문에 정식으로 보스턴 유니폼을 입고 공을 던지기는 이번이 처음.

이상훈은 의욕이 넘치는 듯 다이내믹한 투구폼으로 힘차게 홈플레이트를 향해 공을 뿌렸고 레드삭스의 불펜포수가 낀 미트에선 연신 “펑”하는 경쾌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유심히 그의 투구를 관찰하던 조 캐리건 투수코치는 “직구와 커브가 아주 좋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뒤 투구폼에 대한 조언을 했다.“세트포지션에서 다리의 스탠스가 넓어 공을 던질 때 앞으로 중심이 너무 쏠리는 것 같다. 볼이 뜨니까 스탠스를 약간만 좁혀보라” 등. 통역을 통해 주의깊게 캐리건코치의 말을 귀담아 들은 이상훈은 투구폼과 컨트롤에 신경쓰며 다시 미트를 향해 공을 꽂았다. 피칭을 시작한지 20여분. 다소 많은 49개의 공으로 불펜피칭을 마친 이상훈은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오후엔 체력을 다지기 위한 시간. 약 2, 3시간정도의 오전훈련이 끝난뒤 대부분의 메이저리거들은 모두 숙소로 돌아갔지만 이상훈은 오후에도 웨이트트레이닝장에서 체력훈련에 몰두했다.

“야구영화를 보면 메이저리그의 라커룸이 나오잖아요. 그 영화 속 장면들이 이곳에서 현실이 됐어요. 이틀전 라커룸에 나왔을 때 내 자리에 등번호 40번이 달린 내 유니폼이 걸려있는 걸 보고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포트마이어스에서 만난 이상훈의 얼굴엔 자신의 꿈을 실현시킨데 대한 만족감으로 가득차 있었다.

<포트마이어스(미국플로리다주)〓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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