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메이저 2연승]톱랭커들, 정신력에 혀내둘러

  • 입력 1998년 7월 7일 19시 35분


“어린 나이답지 않게 차분하게 게임을 펼치는 박세리의 능력은 타이거 우즈를 능가한다.”(미국ESPN)

“박세리는 앞으로 20년간 세계여자골프계의 강자로 군림할 것이다.”(로라 데이비스)

“박세리는 신인 기간중 우즈보다 더 많은 우승을 기록할 것이다.”(블랙울프런GC 사장 허브 쾰러)

7일 연장전과 서든데스의 악전고투끝에 제니 추아시리폰(미국)을 누르고 98US여자오픈골프대회에서 우승, 두달전 98미국LPGA 챔피언십에 이어 메이저대회 연속우승의 위업을 이룬 박세리(21·아스트라). 지금 세계골프계는 찬사를 아끼지 않으며 그의 ‘롱런’을 확신하고 있다.

박세리가 미국LPGA투어에 뛰어든 것은 올 1월. 불과 7개월만에 세계 골프여왕으로 자리매김한 박세리의 힘은 무엇일까. 바로 강인한 정신력과 천부적인 재질, 체계적인 스폰서십의 3박자가 어우러진 상승효과다.

올시즌 미국LPGA투어에 데뷔한 박세리가 메이저대회에서 잇달아 낭보를 전할수 있었던 것은 치열한 승부근성과 남자선수들도 흉내내기 어려운 두둑한 배짱 덕분.이번 대회 정규 4라운드를 마치고 18홀 연장전과 서든데스 2홀을 벌이면서 보여준 그의 뚝심은 함께 라운딩한 세계톱랭커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박세리와 한 조로 라운딩한 도나 앤드루스(미국)와 리셀로테 노이만(스웨덴) 등 세계 톱랭커들이 무너진 것은 박세리의 ‘포커페이스’에 주눅든 탓이다. 연장전 18번홀에서 티샷이 병행 워터해저드의 경사진 러프에 빠진 위기를 극복한 것도 그의 배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박세리의 승리는 골프기술보다는 정신력의 승리였다.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캐리 웹(호주) 등 강력한 우승후보들의 기량은 사실 박세리를 앞선다. 박세리는 기술의 열세를 정신력으로 만회했다.

이같은 그의 강인한 정신력은 중고생시절 ‘평생스승’ 인 아버지 박준철씨(48)의 스파르타 훈련에서 비롯됐다. 추운 겨울 웨지 날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동네앞 저수지에서 연습스윙을 했던 박세리. 이 훈련을 통해 그는 오늘의 강인함을 키웠다.

이번 대회에서 박세리에게 쏟아진 외국기자들의 질문은 “떨리지 않았느냐”는 것. 이에 박세리는 “나의 플레이에 최선을 다할 할뿐이다. 다른 선수들은 의식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박세리가 메이저대회를 연속제패한 원동력은 바로 어떤 위기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마인드컨트롤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체계적이고 전폭적인 후원도 오늘의 박세리를 있게 했다. 세계적인 레슨코치 데이비드 레드베터를 만난 것이 바로 삼성물산의 전폭적인 지원때문이다.

레드베터의 지도를 통해 박세리는 단점으로 지적되던 쇼트게임을 보완했고 평균 2백60야드의 드라이버샷에 정확도까지 겸비해 웬만한 롱홀에서 투온을 노릴 정도가 됐다. 어프로치샷을 버디거리에 안착시킬수 있는 정교한 아이언샷도 레드베터의 ‘비법’을 전수받았기 때문.

몇몇 톱클래스의 투어프로를 제외하고는 골프장에서 연습라운딩조차 제대로 할수 없는 것이 국내 여건.이같은 열악한 여건에서는 타이거 우즈나 어니 엘스처럼 야드단위로 목표타를 칠 수 있는 기량을 갖추기는 불가능하다.

박세리는 소문난 ‘연습벌레’. 이같은 독기에다 마음대로 연습라운딩을 할수 있는 미국에 베이스캠프를 차리자 박세리의 샷은 지난 1년간 몰라보게 달라졌다.

우즈의 경우에서도 알수 있듯이 골프에서 한 명의 월드스타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다. 우즈는 전담심리학자 2명까지 고용, 정기적으로 정신적인 면을 점검받을 정도다.

박세리의 소속사인 삼성물산도 초보수준이지만 ‘박세리 전담팀’을 가동하고 있다.

세계골프계의 강자로 롱런할 ‘필요조건’을 이미 갖춘 박세리. 그가 ‘반짝스타’가 아니라 팬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기 위해서는 부단한 자기관리가 관건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함께 정상에 올랐다가 금전 등 각종 유혹에 빠져 곧 뒷전으로 밀려난 선수는 수없이 많다.

골프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자신과의 투쟁’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안영식기자〉ysa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