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퀴즈 하나. 차범근축구대표팀감독 김대중(DJ)차기대통령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대통령의 공통점은?
“글쎄…그게 뭘까.” 정답은 ‘경영스타일이 꼭 빼닮았다는 것’. 차범근의 ‘대표팀 경영’과 DJ의 ‘정당경영’, 루스벨트의 1930년대 ‘공황시대의 미국경영’ 스타일이 어쩌면 그렇게 비슷한지 경영학자들조차 놀랄 정도. 자 그럼 뭐가 그리 닮았을까.
첫째, 세 사람 다 난국에 등장해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 차감독은 한국축구가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이란에 2대6으로 대패해 만신창이가 됐을 때 대표팀을 맡아 월드컵본선진출을 이룩했으며 DJ는 대통령선거에서 세번이나 패했으면서도 그때마다 그 위기를 뚫고 재기해 마침내 대통령자리에 올랐다. 루스벨트는 대공황시대(12년간 재임)에 나라 살림을 맡아 미국을 오늘의 강대국으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둘째, 사람을 쓰는데 능력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것. 기존의 명성에는 신경쓰지 않는다. 나름대로 프로그램을 짜놓고 거기에 맞는 사람은 다소 흠이 있더라도 과감히 발탁한다. 끊임없이 새 피를 수혈한다. 차감독이 1,2차예선, 본선진용을 그때마다 다르게 짠 것은 상대팀의 전략에 맞춘 것. 차감독은 최근 차감독의 훈련방법에 불만을 품고 대표를 사퇴한 이상헌(25·LG)을 재발탁하면서 ‘자존심 상하지만 그의 능력을 그대로 둘 수 없어 다시 뽑았다’고 말했다.
DJ의 인사스타일도 마찬가지. 대선에 패해 위기에 빠졌을 때마다 재야에서 새 피를 수혈해 다시 일어서곤 했다. 최근 비서실장에 6공 TK출신 김중권씨를 임명한 것도 일단 능력이 있으면 과거에 다소 흠이 있더라도 과감히 기용한 사례. ‘공을 세운 사람에겐 상을 주고 능력이 있는 사람에겐 자리를 준다’는 말도 이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루스벨트도 위의 두 사람과 비슷하다. 정적까지도 필요하면 데려다 쓰고 나중엔 결국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
셋째, 명분보다는 철저한 실리형이라는 것. 차범근의 지지 않는 ‘수비축구’가 그렇고 DJ의 ‘정치는 생물’이라는 정치관이 그렇다. DJ가 최근 정리해고를 받아들인 것이나 국제통화기금(IMF)재협상론에서 100%준수 등으로 변한 것도 철저한 실리주의의 전형. 루스벨트는 또 어떤가.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혁명 러시아와의 국교 재개, 뉴딜 정책 등은 실리의 극치.
넷째, 직접 뛰는 솔선수범형이라는 것. 차감독은 훈련 때도 선수들과 똑같이 뛰는 것으로 유명하다. DJ는 최근 외환위기를 수습하는 스타일에서 보여줬듯이 직접 챙기며 앞장서는 형. 루스벨트는 국민에게 고통분담을 호소하며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다섯째, 언론을 잘 활용한다. 차감독의 대언론감각은 눈부시다. 신문에 글을 직접 연재하기도 하고 PC방에 뛰어들어 팬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DJ도 비슷하다.
DJ의 말은 받아쓰면 그대로 기사가 될 정도다. 루스벨트의 언론감각은 두말하면 잔소리. 그 유명한 ‘벽난로가의 담화’가 그것을 증명한다.
마지막으로 세 사람 다 ‘민주적 비전’을 제시했다는 점. 차감독은 선수들에게 “나를 따르면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꿈을 제시하고 선수들과의 대화와 과학적인 훈련으로 믿음을 이끌어냈고 루스벨트는 “가난을 꼭 해결하겠다”며 국민에게 자신의 지도력에 따라줄 것을 호소해 대공황을 극복했다. DJ도 당선 일성이 ‘민주와 경제의 조화’였다. 물론 그 말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지 아직은 모르는 일이지만 방향만은 두 사람과 같다.
〈김화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