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스포츠/남녀농구 아시아선수권 제패]기대밖 동반우승

  • 입력 1997년 12월 25일 20시 29분


5월 방콕에서 열린 제17회 아시아여자선수권대회와 9월 리야드에서 열린 제19회 아시아남자선수권대회. 여자팀은 88년 12회대회에 이어 9년만의 우승이며 남자팀은 69년 5회대회(방콕)에 이어 28년만의 정상복귀다. 동반우승이 더욱 값진 것은 남녀 모두 「뜻밖의 우승」이었기 때문. 여자부는 당초 점찍었던 인사들이 모두 사령탑 부임을 거부, 난산 끝에 임영보 현대산업개발 감독이 등떼밀려 지휘봉을 잡았다. 남자부도 5월 동아시아경기 결승에서 대만에 지는 바람에 방열감독이 중도하차, 당시 현대다이냇 총감독이던 정광석씨가 대타로 들어섰다. 남녀 모두 결승전 상대는 일본. 여자팀의 우승엔 여유가 있었지만 남자팀은 전희철의 결승골로 2점차의 짜릿한 승리를 거둬 더욱 극적이었다. 동반우승은 갖가지 뒷얘기를 남겼다. 스타는 당연히 궂은 역을 맡았던 정광석감독과 임영보총감독. 특히 정감독은 「만년 준우승 감독」에서 처음 명장 반열에 올랐다. 그는 리야드로 떠나기 전날 회사로 불려가 총감독직 해임통보를 받았다. 그는 이 사실을 가족에게 숨긴 채 출전, 귀국할 때도 우승의 기쁨보다는 해직사실을 가족에게 털어놓을 일이 더 걱정스러웠다는 것. 임총감독은 80년대 중반 국민은행 28연승 신화의 주인공. 올해 66세로 현역 최고령 지도자가 바로 그다. 그는 방콕에서의 11일간을 수도승처럼 보냈다. 술은 아예 입에 대지도 않았고 경기장과 숙소, 식당만을 「순례」했다. 평소에도 금기사항이 많은 그였지만 방콕에서는 유달리 그랬다. 임총감독은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 후 바로 열린 부산 동아시아경기에서도 다시 일본과 중국을 꺾고 우승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서슴없이 올해를 「생애 최고의 해」로 꼽는다. 올해초 부임한 최현열대한농구협회장은 거듭되는 우승에 「상복많은 회장」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90년대 들어 우승기록은 베이징 아시아경기(90년)와 히로시마 아시아경기(94년) 여자 우승뿐. 그런데 한해에 3개대회를 휩쓸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최화경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