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은 16년 프로야구사에 길이 남을 날이었다.
이날 쌍방울은 대구 삼성전에서 패배가 「확정」된 경기를 심판의 판정번복으로 재개, 승리로 바꿔놓았다. 해프닝은 삼성 포수 김영진이 스트라이크 낫 아웃상황에서 경기가 끝났는 줄 알고 관중석으로 공을 던져버린 데서 비롯됐다.
그는 백인천감독이 그토록 황급히 덕아웃을 뛰쳐나와 고함을 치면서 만류를 했는데도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는 야구규칙을 몰랐던 것이다. 야구는 기록경기다.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은 투수의 공이 던져질 때마다 한국야구위원회의 공식기록지에 기록된다.
먼저 김영진은 스트라이크 낫 아웃에서 타자를 태그하거나 1루에 송구를 해야 타자의 아웃이 확정된다는 사실을 몰랐다.
당시 쌍방울 대타 장재중도 지레 아웃인 줄 알고 덕아웃쪽으로 걸어나왔지만 이때는 「3피트 라인」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김영진이 그를 태그아웃시킬 의도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재중은 덕아웃에 발을 들여놓지만 않았으면 언제라도 1루에 뛰어갈 수가 있다.
이전 스트라이크 낫아웃 상황으로 되돌아가보자. 장재중은 볼카운트 투스트라이크 원볼에서 헛스윙을 했고 포수 김영진은 정상적으로 공을 잡았는데 왜 스트라이크 낫아웃이 됐을까. 이는 김동앙주심이 오심을 하게 된 원인과도 직결된다.
당시 삼성 투수 김태한이 던진 공은 홈 플레이트 근처에서 땅에 닿아 짧은 원바운드로 들어왔다. 따라서 이 경우는 포수가 아무리 정상 포구를 하더라도 낫아웃 상황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김동앙주심의 경우는 두 선수와는 달리 규칙을 몰랐던 것이 아니라 포수의 등에 가려 짧은 원 바운드를 보지 못했다. 따라서 그가 나중에 자신의 오심을 인정하고 4심합의 끝에 판정을 뒤집은 것은 정상적인 절차였고 용기있는 행동이었다.
야구는 어렵다고들 한다. 그러나 규칙을 알고보면 그 속엔 무궁무진한 재미가 있다고 감히 자신한다.
하일성<야구해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