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10승]시민들 폭염 씻긴 『쾌거』…美紙도 극찬

  • 입력 1997년 8월 1일 19시 51분


그것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폭염 위세를 뚫고 터져 나오는 장쾌한 소나기 세례였다. 1일 오전 내내 가슴을 졸이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LA 다저스팀의 박찬호가 「10승 고지」에 도전하는 모습을 TV 생중계를 통해 지켜본 국민은 9회말 경기가 종료되는 순간 일제히 환호성을 올렸다. 가마솥 더위와 정치권의 끊임없는 정쟁에 지쳐있던 국민은 박찬호의 쾌거에 한동안 근심을 잊었고 박찬호의 고향 충남 공주시 산성동 주민과 미국 교민들은 마주보며 「인물 났네」와 「아메리칸 드림」을 합창했다. ○…고려대 대학원생 趙誠圭(조성규·27)씨는 『박찬호의 10승 대기록은 그의 개인적인 영예일 뿐만아니라 온 국민의 자랑』이라며 『텃세가 심한 메이저리그에서 개척자적 위업을 이룬 「위대한 한국의 젊은이」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공무원 李正熙(이정희·57·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씨는 『경기침체로 나라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는 상황에서 박찬호의 승리는 국민에게 주는 신선한 충격과 희망』이라고 기뻐했다. 회사원 洪明基(홍명기·29·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씨는 『박찬호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회사는 완전히 「개점휴업」 상태』라며 『앞으로 더욱 노력해서 다승왕 타이틀까지 차지할 수 있도록 응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공주시 산성동 박찬호의 고향 집에는 아버지 朴在根(박재근·54)씨가 주변으로부터 걸려오는 축하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박씨는 『몇승이 됐든 찬호가 안 다치고 경기를 치른 것만도 다행』이라며 『9회말에 마운드에서 물러난 것이 다소 아쉽지만 완투하려고 욕심부리는 찬호의 모습이 오히려 대견스러웠다』고 흐뭇해했다. 박찬호의 어머니 정동순씨(50)는 아들을 보살피기위해 지난 6월 미국으로 건너갔다. 박찬호의 선전은 어머니의 보살핌이 큰 힘이됐다는 것이 주위의 이야기. ○…LA 다저스와 시카고 커브스의 경기가 열린 시카고 리글리구장에는 현지교민과 유학생 등 한국팬 2천여명이 몰려 들어 「박찬호」를 연호하며 열광적으로 응원.이날 리글리구장은 한국팬들이 대거 몰려든 덕에 3만9천1백45장의 입장권이 모두 팔려 올 시즌 야간경기 중 처음 매진을 기록. 로스앤젤레스의 유력 일간지 데일리뉴스는 1일자 스포츠섹션 3개면에 결쳐 박찬호의 사진과 함께 특집기사를 게재하고 「요즘 다저스 투수 가운데 마운드에 오르면 가장 믿음이 가는 투수가 박찬호」라고 극찬했다. 〈이헌·윤종구·박정훈·이승재기자·공주〓이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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