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예규 시행 후 첫 ‘이지리드’ 판결문
분량 ⅕로 압축…일상 용어·AI 그림도 활용
法 “사회적 약자 위한 사법지원 확대 기대”
서울행정법원이 29일 어려운 법률 용어와 긴 문장으로 작성되던 판결문을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과 그림으로 풀어쓴 ‘이지리드(Easy-Read) 판결문’을 선보였다. 서울행정법원 제공
“판결의 결론. 원고 A씨가 재판에서 이겼습니다. 소송에 들어간 돈은 구청이 냅니다.”
법원이 어려운 법률 용어와 긴 문장으로 작성되던 판결문을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과 그림으로 풀어쓴 ‘이지리드(Easy-Read) 판결문’을 선보였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강우찬)는 지난 25일 지적장애인 A씨가 서울 양천구청을 상대로 낸 장애정도 미해당 결정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일반 판결문과 함께 ‘이해하기 쉬운 판결문’을 별도로 작성해 A씨에게 제공했다.
재판부는 판결문 첫머리에서 “지적장애를 가진 원고가 통상의 방식으로 작성한 판결서를 충실하게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이해하기 쉬운 판결’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문은 일반인이 읽기 쉬운 문체와 그림, 재판 요약을 활용해 핵심 내용을 전달하도록 구성됐다. 재판부는 20여쪽에 달하는 기존 판결문과 별도로 4쪽 분량의 이지리드 판결문을 작성해 재판 결과와 판단 이유를 먼저 정리한 뒤 쉬운 우리말로 설명했다.
일반 판결문이 법률적 판단과 근거를 중심으로 서술됐다면, 이지리드 판결문은 재판 결과를 먼저 제시한 뒤 그 이유를 차례대로 설명하는 방식을 택했다. 재판 진행 과정도 그림으로 표현해 내용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기존 판결문 주문에는 “피고가 한 장애정도 미해당 결정 처분을 취소한다”는 법률 용어가 사용됐지만, 이지리드 판결문에는 “원고가 이겼습니다” “구청의 결정은 취소합니다” “이제 구청은 장애인을 위한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와 같은 일상적인 표현을 사용해 법률 지식이 없는 사람도 재판 결과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법원이 어려운 법률 용어와 긴 문장으로 작성되던 판결문을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과 그림으로 풀어쓴 ‘이지리드(Easy-Read) 판결문’을 선보였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강우찬)는 지난 25일 지적장애인 A씨가 서울 양천구청을 상대로 낸 장애정도 미해당 결정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일반 판결문과 함께 ‘이해하기 쉬운 판결문’을 별도로 작성해 원고에게 제공했다. 서울행정법원 제공이번 사건은 지적장애인 등록을 거부 당한 A씨가 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이다. A씨는 최근 수년간 세 차례 실시한 지능검사에서 모두 지능지수(IQ) 70 미만 판정을 받고 여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부터 지적장애 진단을 받았지만, 구청은 검사 태도와 어린 시절 검사 결과 등을 이유로 장애 등록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전문의들의 진단과 법정에서 직접 원고를 관찰한 결과 등을 토대로 구청의 판단을 뒤집었다. 또 지적장애 여부는 IQ 수치만이 아니라 실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서 겪는 제약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복수의 정신장애가 함께 작용해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이 있다면 획일적인 기준만으로 장애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법리도 제시했다.
법원은 이를 장애를 개인의 의학적 상태뿐 아니라 사회적 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바라보는 ‘장애의 사회적 모델’을 해석에 반영한 첫 사례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리시아 칼슨의 저서 ‘지적장애의 얼굴들’을 인용해 지적장애 개념이 형성된 역사적 배경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이번 사례가 대법원이 올해부터 시행한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사법지원 예규’에 따라 작성된 첫 이지리드 판결문이며, 재판부를 구성한 판사 3명도 모두 대법원 장애법연구회 회원이라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이 추진 중인 ‘한국형 사회법원’ 모델의 일환이기도 하다. 서울행정법원은 올해 사회보장 사건 전담재판부를 확대해 장애인·노인·임산부·아동 등 사회적 약자 관련 사건을 전문적으로 심리하고 있다. 이번 판결문도 사법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의 연장선에서 작성됐다는 설명이다.
판결문에 사용된 그림은 사법정책연구원의 ‘장애인 등을 위한 이해하기 쉬운 판결서 작성방안’ 연구 내용을 대규모언어모델(LLM)에 학습시켜 만든 ‘스킬(Skill)’을 활용해 제작됐다. 법원은 과거보다 제작 환경이 크게 개선돼 비용과 시간이 대폭 줄었다고 했다.
서울행정법원 관계자는 “이지리드 판결문은 단순히 문장을 쉽게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당사자가 재판 결과를 스스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법지원이 더욱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