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보 걸으면 500원… ‘건강 재테크’ 흥행

  • 동아일보

괴산 ‘걷다보니 통장부자’ 인기
한달 최대 1만 원 지역화폐 지급
누적 참여인원 2만8696명 달해
의료비 부담 줄이고 군민 건강↑

충북 괴산군이 추진 중인 생활밀착형 건강증진 정책 ‘걷다보니 통장부자’ 사업에 주민들의 참여가 늘면서 걷기 운동이 새로운 지역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괴산군 제공
충북 괴산군이 추진 중인 생활밀착형 건강증진 정책 ‘걷다보니 통장부자’ 사업에 주민들의 참여가 늘면서 걷기 운동이 새로운 지역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괴산군 제공
“괴산군에서 걷기 챌린지 프로그램을 시작한다는 얘기를 듣고 참 ‘신박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제적인 혜택도 있지만 무엇보다 남녀노소가 스스로 건강에 대한 동기부여를 갖게 된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2022년 2월 충북 괴산에 귀농해 6만6115m² 규모의 콩 농사를 짓는 정승환 씨(39)는 올 2월부터 일주일에 서너 차례 저녁마다 동호회원들과 동진천 종합운동장을 3㎞ 정도 뛴다. 10대부터 70대까지로 구성된 이 동호회의 이름은 ‘자연울림 뛰산’이다. 회원들은 자신의 몸 상태에 맞춰 걷거나 슬로우 조깅을 하며 건강을 챙긴다.

정 씨는 “걷고 뛰는 습관이 쌓이면 병원 갈 일도 줄어들고, 많지 않은 액수지만 돈도 챙길 수 있어 회원들 모두 좋아한다”고 말했다.

충북 괴산군이 올해 2월부터 시작한 생활밀착형 건강 증진 정책인 ‘걷다보니 통장부자’ 사업이 새로운 농촌형 건강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 사업은 하루 7000보를 걸으면 500원을 적립해 주고, 적립금은 월 최대 1만 원까지 지역화폐인 괴산사랑상품권(포인트)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모바일 헬스케어 앱 ‘워크온’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도입 첫 달 3423명으로 시작한 참여 인원은 4월 6419명으로 늘었고, 이달 10일 기준 7552명을 기록했다. 누적 참여 인원은 2만8696명에 달한다. 군은 사업 참여 대상인 괴산군 인구 3만5888명(올 2월 말 기준·14세 미만 1886명 제외)의 21.4%가 참여한 것으로, 군민 5명 중 1명이 매일 걷기 운동에 나선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 5월까지 누적 인센티브 지급액은 1억3438만6000원으로 집계됐고, 이 기간 인센티브를 받은 연인원은 1만8225명이다.

괴산군이 걷기 정책에 공을 들인 것은 의료비 부담 때문이다. 군에 따르면 괴산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1만6347명(5월 기준·전체 인구의 43.67%)이다. 노인성 질환에 따른 의료비 관련 예산은 2024년 64억 원에서 지난해 99억 원으로 35억 원 늘어나 공공 재정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괴산군은 예방 중심의 복지 행정 전환을 구상하다 이 정책을 도입했다. 사업 초기에는 경로당에 포스터를 게시하고, 11개 읍·면 이장단협의회와 주민자치위원회를 대상으로 홍보에 나섰다. 또 중·고등학교와 대학을 직접 방문해 참여를 독려하고, 지역화폐 혜택을 도입해 걷기가 일종의 ‘재테크’로 인식되도록 했다.

문광면에 사는 박순자 씨(68)는 “우연히 홍보물을 보고 이 정책을 알게 됐는데, 보건소에서도 직접 홍보를 나와 자세히 설명해줘 참여하게 됐다”며 “매일 밤 집 근처 문광저수지 둘레길을 30∼40분 정도 걷는데 다리에 힘도 붙고 돈도 벌 수 있어 ‘일거양득’의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괴산군은 4월부터 당초 매달 20일까지였던 걷기 참여 기간을 말일까지 확대하고, ‘자동 참여 및 자동 참여 정보 연계 시스템’을 도입해 이용 편의성을 높였다.

송인헌 괴산군수는 “무작정 보조금을 지급하는 시혜성 복지보다 주민 스스로 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며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걸으면서 건강해지고, 장기적으로는 노인 의료비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획기적인 예방 행정 모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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