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화약은 방사청-소방은 소방청 ‘안전관리 이원화’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6월 2일 15시 41분


폭발사고 발생한 56동은 소화전 설비 의무화 대상 아냐
국가중요시설로 출입제한 등 폐쇄성도 관리-점검 사각 불러

지난 1일 폭발 사고가 발생한 대전 유성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이 통제되고 있다. 2026.6.1 뉴스1
지난 1일 폭발 사고가 발생한 대전 유성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이 통제되고 있다. 2026.6.1 뉴스1
5명이 희생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 대전사업장 폭발 사고에 대해 폭발물을 주로 다루는 방위산업체 건물이라는 특수성이 사고를 부른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위사업청과 소방청으로 이원화된 안전 관리 규정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사고라는 것이다.

●고위험 화약 제조 사업장임에도 ‘이원화’된 관리

한화에어로 대전사업장은 포탄용 모듈 추진장약(MCS)와 미사일, 로켓용 고체연료 등 추진제(밀어내는 힘을 내는 에너지원)를 집중 생산하는 곳이다. 40kg이 넘는 포탄을 30km 거리까지 날려보내는 추진장약의 경우 한 줌만 모아놓고 불을 붙여도 성인 키높이까지 불길이 타오를 정도로 빠르고 강한 화력을 낸다. 안전 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언제든 폭발이나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위험한 화약 제조 사업장의 안전관리는 방위사업청과 소방청으로 이원화돼 있다. 총, 포, 도검 및 화약 등의 안전 관리와 점검은 방위사업청이 국방과학연구원에 의뢰해 수행하고 있고, 그 외 일반 소방 안전 관리 점검은 소방청이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일 폭발 사고가 발생한 대전 유성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이 통제되고 있다. 2026.6.1 뉴스1
지난 1일 폭발 사고가 발생한 대전 유성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이 통제되고 있다. 2026.6.1 뉴스1
이 같은 ‘이중 관리’를 받는 곳 중 화약을 직접 제조하는 대형 사업장은 사실상 한화에어로가 유일하다. 국내 장약이나 추진제 시장에서 한화의 점유율이 100%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한화 측도 “국내에서 고체연료 생산 기술력을 가진 곳은 한화가 유일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56동이 아예 소방법 ‘사각지대’에서 놓여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는 공장 건물의 경우 연면적이 300㎡ 이상일 경우에만 건물 내 소화전 설비 구축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번에 사고가 난 ‘세척 공정’ 작업장의 연면적은 243㎡다. 건물 소방관리책임자는 소방설비를 관리하고 이상이 있을 경우 조치 및 보고할 의무가 있는데, 설비 설치 구축 의무가 없으니 보고 의무도 지지 않았으리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국가중요시설의 폐쇄성도 관리 어렵게 만들어


이들 시설이 국가중요시설로 분류돼 엄격한 출입 절차를 거쳐야 하는 점도 관리를 어렵게 만든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화에어로 대전사업장은 통합방위법에 따라 국가중요시설 ‘가급’으로 분류돼 있다. 적에게 점령 또는 파괴될 경우 국가 안보에 심각한 영향이 있는 시설에 대해 부여되는 최고 등급 보안 시설이다. 특히 방산기업 국가중요시설의 경우 일반인은 방문 시 최소 3주 전에 방위사업청을 통한 신원조회를 거쳐야 한다. 공무원조차도 수일 전 출입 신청이 필요하다. 2018, 2019년 같은 사업장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공무원들의 정기 점검과 조사에 애로사항이 많았다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전문가들은 화약을 다루는 한화에어로 같은 시설의 경우 별도의 안전 규정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소방방재청 전남소방본부장을 지낸 박청웅 전 세종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약 등 고위험 폭발성 물질을 다루는 공장의 경우 소방법과 건축법 등만의 법령으로는 안전 관리에 한계가 있다”며 “이 같은 시설을 특별 관리 할 수 있는 별도 규정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한화에어로의 자체 안전 관리에도 허점이 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사고 발생 직후 브리핑에서 회사 측은 “(사고가 발생한) ‘세척공’ 작업은 물에 화약을 씻어내는 작업으로 위험성이 적은 공정으로 분류했다”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이 공정에 대한 안전 관리 감독이 취약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는 2일 서울 중구 청계천로 한화빌딩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한화에어로의 중대재해 참사를 규탄했다. 금속노조는 “올해 한화그룹 내 중대재해 사망자는 공시로만 10명에 달한다”며 “한화그룹 내 중대재해 참사는 한화에어로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금속노조는 그러면서 “방산 기업을 내세워 보안이라는 명목 하에 사업장을 감추고 안전관리 체계 수립을 저해하는 행위를 멈추라”면서 근본적인 사고원인 조사와 실질적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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