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남부권 첨단 반도체 벨트’
구미에 소재-부품 콤플렉스 조성
2034년까지 사업비 4190억 투입
테스트베드로 검증까지 ‘원스톱’… 포항 R&D 역량으로 인재 양성도
경북도와 구미시는 이달부터 5년간 총사업비 400억 원을 들여 구미시 공단동 국가1산업단지에 반도체 장비 핵심 부품을 개발·시험하는 시설을 만든다. 반도체 공정 장비 내부에 들어가는 ‘챔버’ 관련 소재·부품을 국산화하고 성능을 검증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다. 챔버는 반도체 공정이 이뤄지는 장비 내부 공간으로 웨이퍼를 보호하고 공정 환경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관련 핵심 부품의 대외 의존도는 현재 90%를 웃돈다. 경북도와 구미시는 개발 기간을 기존 5년에서 3년 이내로 단축하고 비용도 50% 이상 줄여 수입 대체 효과를 높인다는 목표다. 유해복 경북도 미래첨단산업과장은 “경북의 소재·부품 기술과 수도권 칩 양산을 연결하는 ‘K-반도체 밸류체인’ 완성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도가 반도체 산업 구조 혁신에 나섰다. 단순 소재·부품 생산기지를 넘어 인공지능(AI) 기반 시스템 반도체와 차세대 전력반도체, 국방 반도체까지 아우르는 ‘경북형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본격 착수했다.
구미의 제조 역량과 포항의 연구개발(R&D) 기반, 지역 대학의 인재 양성 체계를 연결해 수도권 중심의 반도체 산업 구조를 재편하겠다는 전략이다. 경북도가 최근 공개한 ‘2026 경북 반도체 산업 혁신 성장 과제’의 핵심은 기존 메모리·단순 제조 중심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 AI 시대에 필요한 고성능·저전력 시스템 반도체 중심으로 산업 체질을 바꾸는 데 있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온디바이스 AI, 전력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경북이 국가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올라서겠다는 의미다. ● 반도체 제조·검증·설계 중심지 도약
경북은 반도체 제조 기반만 놓고 보면 이미 전국 최고 수준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미에는 SK실트론, 원익QnC, 미코, 코미코 등 반도체 소재·부품 기업들이 집적해 있다. 포항은 나노융합기술원(NINT)과 포스텍을 중심으로 차세대 전력반도체와 첨단 소재 연구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경북도는 이 두 축을 연결해 설계와 제조, 검증이 한곳에서 가능한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대표 사업은 구미의 ‘첨단 반도체 소재부품 콤플렉스(Complex)’다. 내년부터 2034년까지 총사업비 4190억 원이 투입된다. 이곳에는 첨단 웨이퍼 소재와 패키지 기판 제조 테스트베드, 고도화 지원센터, 미래 반도체 연구개발(R&D) 플랫폼, 산업진흥원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경북도는 단순 공장 유치를 넘어 반도체 산업의 핵심인 ‘검증 인프라’ 구축에도 집중하고 있다. 지금까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은 기술력을 확보하고도 실제 생산 환경과 유사한 검증 장비가 부족해 대기업 납품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앞서 추진에 들어간 반도체 장비 챔버용 소재·부품 제조 및 검증 테스트베드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업이다. 박시균 경북도 메타AI과학국장은 “설계·실증·검증까지 가능한 완결형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해 지역 기업들의 세계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경북도는 차세대 전력반도체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전력반도체는 전기차와 로봇,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쓰이는 핵심 부품이다. 포항 나노융합기술원(NINT)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차세대 전력반도체 플랫폼 구축’ 사업은 기존 실리콘(Si)보다 전력 효율과 내열성이 뛰어난 탄화규소(SiC)·질화갈륨(GaN) 기반 반도체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초광역 반도체 첨단 벨트 거점화 구상
26일 경북 구미시 국립금오공대 반도체 실습실에서 학생이 소재 분석 장비를 다루고 있다. 금오공대 제공
경북도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국방 반도체까지 전략 산업으로 키우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국립금오공대,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등이 참여하는 ‘국방 반도체 프론티어 이니셔티브’를 통해 적외선 초격자 센서와 고속 열상 센서, GaN 기반 전력증폭기 개발에 나선다. 미국과 중국 중심의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서 방산 반도체를 전략 자산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경북도가 집중하는 것은 ‘초광역 반도체 벨트’ 전략이다. 수도권 메가 클러스터가 칩 생산과 설계를 맡는다면 경북은 소재·부품·전력반도체·검증을 담당하는 공급기지 역할을 맡겠다는 구상이다. 수도권을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남부권 첨단 반도체 벨트’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겠다는 목표다.
다만 향후 과제도 적지 않다. 반도체 산업은 장기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데다 기술 변화 속도도 빠르다. 단순 인프라 구축만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 미래 반도체 인재로 경쟁력 확보
21일 경북 구미시 산동읍 AI특화공동훈련센터 개소식에서 참석자들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구미시 제공경북도는 이를 의식해 인재 확보 전략도 전면에 내세웠다. 포스텍 반도체대학원과 국립금오공대·영남대 반도체 특성화 사업, 대학과 기업의 단기 집중 교육프로그램(부트캠프), 특성화고 인력 양성까지 반도체 인재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기업 퇴직 예정 전문가를 지역 중소기업과 연결하는 ‘반도체 기업 퇴직자 기술 컨설팅’ 사업도 추진한다. 수도권에 집중된 경험과 노하우를 지역 산업 현장으로 끌어오겠다는 전략이다.
경북도는 구미와 포항 중심의 남부권 반도체 벨트가 완성되면 수도권 집중 구조를 분산하고 국가 균형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금희 경북도 경제부지사는 “반도체는 국가 안보와 미래 성장동력을 좌우하는 전략 자산”이라며 “경북의 제조업 기반과 AI·첨단기술 역량을 결합해 대한민국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를 이끄는 핵심 거점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