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소명 기회 없었다”…대기발령된 엄성규 전 부산경찰청장 억울함 토로

  • 동아일보

엄성규 전 부산경찰청장(직무대리). 부산경찰청 제공
엄성규 전 부산경찰청장(직무대리). 부산경찰청 제공
“제대로 소명할 기회도 없었는데 돌연 대기발령 통보를 받았습니다.”

엄성규 전 부산경찰청장 직무대리(55·간부후보생 45기)는 직위해제를 하루 앞둔 18일 오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엄 전 청장은 강원경찰청장 재직 당시였던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경찰 내부망에 ‘불법 계엄에 저항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경찰관에게 글 삭제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엄 전 청장은 2024년 12월 3일 관사에서 잠을 자고 있다가 비상계엄이 선포됐다는 전화를 받고 강원경찰청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청사에 도착한 뒤 경무과장 등으로부터 “내부망에 소속 경찰관이 ‘가용 경력을 국회로 총출동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라는 보고를 받았다. 이에 글을 쓴 경찰관과 함께 근무하는 경찰서장에게 연락해 “이 시국에 자중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을 뿐, 해당 게시글의 삭제를 직접 지시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엄 전 청장은 이후 올해 1월 초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 관계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게시글 삭제 지시와 관련한 제보가 접수돼 경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사실관계를 설명하자 TF 관계자가 ‘조사할 사안이 아니네요’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고 했다. 이후 추가 조사나 출석 요구 등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3일 경찰청 인사 담당자로부터 “곧 대기발령 조처가 날 수 있으니 준비하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엄 전 청장은 “주요 간부들을 불러 ‘놀라거나 당황하지 말라’고 당부하며 사실상 작별 인사를 했다”고 말했다.

엄 전 청장은 “비상계엄 당시 지역 치안 책임자로서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전부”라며 “사형 선고를 앞둔 피고인에게도 최후 진술 기회를 주는데,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대기발령이 이뤄진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엄 전 청장은 18일까지 부산경찰청 집무실을 정리한 뒤 현재 서울에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9월 29일 부산경찰청장 직무대리로 임명된 지 약 4개월 만에 경찰청 경무기획관실로 복귀하게 됐다. 19일부터는 정성수 공공안전부장이 부산경찰청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엄성규#부산경찰청장#대기발령#게시글 삭제#경찰 내부망#비상계엄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