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 공개 위반땐 제재’ 시행됐지만
게임중단은 9건뿐… 과징금도 경미
‘조작 논란’ 넥슨, 이례적 전액 환불
李대통령 “경제적 제재 강화” 주문… 전문가 “집단소송제 도입 필요”
온라인 게임의 아이템 ‘뽑기’ 확률을 속이거나 감춘 게임 회사를 제재하는 개정 게임산업법이 시행된 지 2년도 안 돼 2700건이 넘는 위반 사례가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중 실제 게임 서비스 중단으로 이어진 사례는 9건에 불과했고, 과태료도 대체로 수백만 원 수준에 그쳤다. 이재명 대통령이 나서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라”고 주문했지만 현행법은 행정조치 중심인 만큼 과징금 부과 등 더 강력한 조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확률 위반’ 중 서비스 중단은 0.3%뿐
3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 자료에 따르면 2024년 3월 개정 게임산업법 시행으로 뽑기 확률 공개가 의무화된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관련 조항 위반으로 행정조치를 받은 사례는 2720건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24년 1022건에서 지난해 1698건으로 증가했다. 확률형 아이템은 역할수행게임(RPG)의 검이나 방패처럼 이용자가 유상으로 구매하는 아이템으로 종류나 효과, 성능 등이 확률로 결정된다.
개정법은 2021년 넥슨 등 주요 게임 회사가 확률 정보를 거짓으로 공개했다는 논란에 따라 마련됐다. 하지만 실효성 지적은 계속됐다.
현행 시스템상 제재는 총 3단계를 거친다. 게임위가 확률 정보 표시가 부적정한 사례를 찾아 ‘시정요청’을 하고, 이후 이행 점검에서도 개선되지 않으면 문체부가 ‘시정권고’나 ‘시정명령’을 내린다. 이마저 불응해야 일정 기간 게임 사이트를 차단하거나 애플리케이션(앱) 장터에서 퇴출하는 ‘유통 제한’ 조처가 내려진다.
하지만 법 시행 이후 유통 제한까지 간 사례는 단 9건(0.3%)뿐이다. 대다수 게임 회사가 시정요청 단계에서 슬그머니 정보를 수정하는 방식으로 처벌을 피했기 때문이다. 게임위가 공개한 위반 사례집을 보면 아이템 등장 확률을 아예 표시하지 않는 ‘배짱형’부터 홈페이지와 게임 내 표시 확률을 다르게 적어둔 ‘기만형’, 확률 업데이트 공지만 하고 실제 게임에는 반영하지 않은 ‘허위형’ 등 수법도 다양했다.
● “과태료-과징금 높여야 실효성”
국내 최대 게임사 넥슨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넥슨이 출시한 ‘메이플 키우기’는 출시 직후 앱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지만, 이내 확률 조작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게임에서 캐릭터의 최고 능력치가 표시되지 않게 설정했는데, 이를 두고 ‘등장하지도 않을 확률을 위해 막대한 재화를 쏟아붓게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넥슨 측이 사과하고 이례적으로 전액 환불 조치를 했지만 공정위는 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현행법의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상 뽑기 확률 조작 등에 부과할 수 있는 과태료는 최대 1000만 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6월 확률 조작 등으로 적발된 크래프톤과 컴투스에 부과된 과태료 각 250만 원에 그쳤다.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의 100%까지 물릴 수 있지만, ‘관련 매출’의 범위를 좁게 해석할 경우 징벌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과태료 상한을 올리고 과징금 부과 범위를 넓히는 등 경제 제재의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6일 문체부 업무보고에서 ‘뽑기’ 논란에 대해 “(현재의) 제재 과정이 복잡하고 우회적이다. 형사처벌보다는 경제 제재를 가해야 한다. 과징금도 부과해 위반행위 자체를 제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일부 피해자가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기면 모든 당사자가 배상받을 수 있는 집단소송제를 뽑기 아이템 피해로 넓히자는 제언도 나온다. 이철우 정보기술(IT) 전문 변호사(게임이용자협회장)는 “게임을 포함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소송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피해자의) 2%가량에 불과하다”며 “집단소송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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