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대학 전공을 자신의 적성과 미래 변화에 맞게 제대로 고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현재는 수험생들이 충분한 정보와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전공을 선택하고 진학해 결국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거나 어려움을 겪을 때가 적지 않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국립대들은 학생들이 전공을 제대로 선택할 수 있도록 전담 교수를 배치하고 전공 상담, 프로젝트 학기 등을 운영하며 현명한 진로 선택을 돕고 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여러 전공을 살피고 비교해 미래를 잘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다.
이 같은 변화는 국립대들이 정부의 국립대학육성사업 지원을 받아 ‘전공 자율 선택제’를 도입하면서 가능했다. 이 사업은 국립대가 교육 거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으로, 교육 시설 확충 뿐만 아니라 교육 과정과 학사 구조를 학생 중심으로 혁신하도록 이끄는 게 핵심이다.
● 대학 1학년때 수업-멘토링으로 전공 탐색
충남대는 전공 자율 선택제로 모집한 학생들에게 ‘탐색 분반’을 배정하고 교육 중점 교수를 배치해 1년간 자유롭게 전공을 살피게 한다. 전공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학과별 설명회를 여러 차례 열고 있다.충남대 제공
충남대는 지난해 전공을 정하지 않고 학생을 모집한 뒤 2학년에 진학할 때 학과를 정하는 ‘전공 자율 선택제’를 도입했다. 5개 학부로 구성된 창의융합대학과 농생명융합학부가 대상이다. 입학 전 학생들에게 학과 선호도를 조사한 뒤 관심이 있는 학과로 이른바 ‘탐색 분반’을 배정한다. 학생들은 해당 학과 수업을 들으며 자신의 적성을 찾고 선후배와 동기들과도 유대감을 형성한다.
학부에는 전공 선택과 관련해 상담, 지도 등을 담당하는 교육 중점 교수를 배치했다. 교수는 학생들에게 수업 선택 등을 조언하고 따로 전공 선택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한다. 충남대 관계자는 “탐색 분반은 1학년 2학기 이전에 실시되는 수요 조사를 통해 바꿀 수도 있다”며 “학과 선배와의 멘토링으로 학생들이 전공 수업과 학과 분위기를 경험하고 현명하게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대는 전공 자율 선택제로 모집한 학생들에게 ‘탐색 분반’을 배정하고 교육 중점 교수를 배치해 1년간 자유롭게 전공을 살피게 한다. 전공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학과별 설명회를 여러 차례 열고 있다.충남대 제공충남대는 이밖에 신입생을 대상으로 새내기 배움터, 전공 박람회, 학부생 연구 지원 프로그램, 전공 탐색전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학습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지식나눔 포럼도 운영하고 있다. 충남대는 지난해 8월부터 국립공주대, 충북대와 협의체를 만들어 ‘전공 자율 선택제’ 운영 노하우를 공유하고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충북대는 2024년부터 정규 학사에 진로 탐색 과정을 포함시켰다. 학생들이 스스로 도전 과제를 설계하고 수행하면서 학점을 따는 ‘개신프론티어’ 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개인이나 3~5명 정도 팀을 꾸려 과제와 지도교수를 정하고 학업 계획서 등을 작성해 신청하면 된다.
학교 측의 검토를 통해 선발되면 학생들은 관련 활동을 거쳐 일지, 보고서 등을 작성하고 최종 성과물은 발표해 공유한다. 학점은 통과와 과락으로만 부여한다. 활동 기간에 따라 3학점(90시간), 6학점(180시간), 9학점(270시간)을 받을 수 있다. 충북대 관계자는 “강의실 중심 수업과는 완전히 다른 학습 경험”이라며 “기존 교육 과정의 한계를 극복하고 학생 중심 교육으로 창의적으로 전공을 탐색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개신프론티어’에 참여한 학생이 논문, 특허, 경진대회 수상 등 상당한 성과를 낸 사례도 있다. 소프트웨어학부 4학년 신현욱 씨 등은 4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리는 데이터마이닝 분야 국제학술대회 ‘ACM 웹 콘퍼런스’에서 논문을 공개한다. 이 학술대회에서 공개되는 논문은 과학기술논문색인지수(SCI) 학술지 논문으로 평가된다. 지도교수인 강윤석 충북대 소프트웨어학부 교수는 “학생들이 ‘개신프론티어’를 통해 과제 발굴, 문헌 조사, 실험, 논문 작성 등 모든 과정을 주도적으로 하며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 교수-졸업생 등이 멘토로 함께하는 ‘전공 탐색 행사’
국립창원대는 자율전공학부와 학부 재학생을 대상으로 전공 설계·탐색 프로그램인 ‘도미노(DOMINO)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관심 전공을 발견(Discover)한 뒤 탐구(Observe)하고 멘토링(Mentor), 탐색(Investigate), 목표 설계(Navigating+Objectives) 등의 단계를 거쳐 자신의 전공을 찾는 방식이다. 국립창원대 관계자는 “전공을 한 번에 결정하는 게 아니라 여러 경험을 하면서 신중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단계적인 탐색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며 “진로를 찾고 자신만의 성장 DNA를 발견해 삶의 방향을 잘 결정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국립창원대는 전공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체험 행사인 ‘전공 페스타’를 열고 있다. 지난해 4월 행사에서는 학생 1200여 명이 전공 상담 부스 등을 방문해 교수, 선배들의 상담을 받았다. 행사에 참여했던 학생들은 “다양한 학과 정보를 한 자리에서 접할 수 있어 유익했다”고 입을 모았다. 12개 학과가 참여한 ‘전공 오픈데이’에서는 실험실과 실습실을 개방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실험과 제작 체험 기회를 제공했다. 지난해 9월 29일부터 10월 2일까지 열린 ‘전공 주간 전공 대탐험’에서는 다양한 분야에 진출한 졸업생이 취업 준비 과정 등을 설명하는 ‘커리어 토크 콘서트’가 큰 호응을 얻었다.
국립강릉원주대는 지역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학사 구조를 개편한데 이어 올해 전공 자율 선택제 모집인원을 확대했다. 사진은 지난해 개최한 전공박람회에서 학생들이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학과별 부스에서 교수와 재학생이 상담과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 모습.국립강릉원주대 제공국립강릉원주대는 ‘전공 자율 선택제’로 입학한 학생을 지역과 산업 수요에 부합하는 인재로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3월 통합 강원대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자기 주도적으로 진로를 설계한 학생들이 지역 발전을 이끌 수 있도록 대학이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국립강릉원주대는 지역 수요를 반영해 학사 구조를 개편했고 학업 포기를 막기 위해 진로 지도교수 책임제도 운영하고 있다. 국립강릉원주대 관계자는 “지역에 정주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취업 박람회도 주기적으로 열고 있다”며 “학생 개인의 성공을 넘어 지역과 대학이 함께 성장하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지역 인재 양성을 중심으로 학사와 교육 모델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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