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해 9월 27일 우리 군이 침투시켰다고 주장하며 공개한 무인기 사진. 군경 합동조사 태스크포스(TF)는 최근 해당 무인기 제작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E사 대표를 불러 조사했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의 ‘한국발 무인기 침투’ 주장과 관련해 자신이 북한에 무인기를 날렸다고 주장하는 오모 씨와 무인기 제작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E사 대표가 모두 윤석열 정부 시절 대통령실에서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 씨와 E사 대표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슷한 시기에 근무했다. 둘은 대변인실 소속으로 뉴스를 모니터링하는 6개월 단기 계약직으로 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두 사람은 서울 소재 한 대학의 선후배 사이로 보수 성향 청년단체에서 활동했고, 2022년 북한 무인기의 대한민국 영공 침범 이후 E사를 창업해 각각 이사와 대표를 맡았다.
오 씨는 지난해 9월과 11월, 올해 1월 등 총 세 차례 무인기를 북한으로 날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E사 대표도 지난해 11월 경기 여주시 일대에서 미신고 무인기를 날려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전력이 있다.
이번 사안을 조사하는 군경 합동조사 태스크포스(TF)는 이들이 무인기를 북한으로 날려보내는 것을 공모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범행 동기와 목적 등을 조사하고 있다. 16일에 E사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TF는 조만간 오 씨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TF는 E사의 설립 목적 및 활동, 다른 직원들에 대한 조사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인기 北 보낸 대학 선후배, 보수단체-尹정부 ‘용산’ 함께 근무
텍스트北무인기 서울 침범후 업체 설립 ‘대북전담이사’ 만들어 지인 채용 “평양에 드론 보내면 안되나” 주장도 군경TF, 업체 구성원들 조사 예정
군경 합동조사 태스크포스(TF)는 북한에 무인기를 날렸다고 주장하는 오모 씨가 단독 범행을 저지른 건 아니라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오 씨가 무인기 제작을 의뢰했다고 지목한 E사의 대표 역시 과거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수사를 받은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학 선후배로 한 청년단체에서 나란히 활동했던 두 사람이 비슷한 시기에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에서 함께 근무했다는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 대학 선후배에서 청년단체 거쳐 대통령실 동료로
오 씨는 무인기에 대해 “E사 대표가 내 부탁으로 제작해줬다”면서도 “그는 제작만 도왔을 뿐 이번 사건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TF는 오 씨와 E사 대표의 관계를 고려할 때 E사 측이 비행에 관여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두 사람은 서울 소재 한 대학 선후배 사이로 2020년에는 통일 관련 청년단체를 조직해 함께 활동했다. 윤석열 정부에선 함께 대통령실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오 씨와 E사 대표는 대변인실 소속 계약직 인턴으로 일했다.
오 씨 등은 2022년 말 북한 무인기가 서울 상공을 침범한 사건 직후 의기투합해 E사를 설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E사는 법인 등기에서 사업 목적을 ‘무인 비행체 등의 설계 및 제작, 판매’ 등으로 명시하고 있다.
E사는 자본금 50만 원의 소형 스타트업이지만 소형 무인기 제작에 특화된 기술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관계자가 출연한 유튜브 등에 따르면 E사의 무인기는 일반 드론과 달리 장거리 비행에 유리한 고정익 형태다. 이는 북한이 격추했다고 주장하며 공개한 기체의 외형과 흡사하다. 또 스티로폼 계열 소재를 사용해 군의 열상감시장비(TOD) 추적을 피하도록 설계했는데, 이 역시 ‘가벼운 형태’라는 북한 측 설명과 일치한다.
E사는 또 무인기에 미국과 중국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동시에 활용해 사전 설정 경로에 따른 자율비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특히 기체 1대당 제작 단가를 200만 원 미만으로 낮추면서도 40km 거리까지 위성 없이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한 관제 시스템을 갖췄다고 한다. 또 별도의 발사대 없이 사람이 직접 손으로 던져 쉽게 이륙시킬 수 있다는 것. 오 씨와 E사 대표는 대학 재학 중이던 2016년 관련 경진대회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 자본금 50만 원 스타트업에 ‘대북전담이사’
TF는 조만간 오 씨를 불러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낸 게 사실인지, 어떤 목적이었는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앞서 그는 채널A 인터뷰에서 “(예성강 인근)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를 측정해 보려 했고 북한군 기지 등을 촬영하려는 군사적 의도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E사는 설립 당시부터 ‘대북전담이사’라는 특이한 직함의 K 씨를 기용했다. K 씨는 오 씨 등의 지인으로 2021년 통일부 산하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에서 약 3년간 일하며 북한의 지하자원 관련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업무를 맡았다. 그는 지난해 7월엔 “북한은 서울에 무인기를 보내도 괜찮고, 남한은 평양에 무인기를 보내면 안 되나”라고 소셜미디어에 적었고, 2024년엔 “평양 수뇌부를 압박해야 한다. 그 수단은 위성 인터넷통신과 무인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한 언론 인터뷰에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장에서 활용되는 무인기를 보면서 다시 한번 무인기의 침투력이 높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TF는 오 씨를 비롯한 E사 구성원이 함께 무인기를 운용해 북으로 날려보냈거나 오 씨가 무인기를 운용하는 것을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E사가 설립 당시부터 대북 무인기 운용을 염두에 뒀는지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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