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는 물 붓고 프라이팬으로 머리 쳐…80대 노모 살해한 인면수심 딸

  • 뉴스1
  • 입력 2026년 1월 7일 07시 06분


[사건의재구성] 1심 징역 20년…항소심서 형량 가중돼 ‘징역 25년’
재판 과정서도 “어머니가 애정 안 줘”…재판부 “범행 패륜적”

ⓒ뉴시스
“엄마를 죽이고 싶었는데, 빨리 죽지도 않는다.”

지난 2024년 7월 20일 밤, 112에 접수된 한 여성 A 씨의 신고 내용이다. 전화를 걸기 직전까지 그는 자기 손으로 친모를 무참히 공격하고 있었다.

사건이 벌어진 곳은 서울 중랑구의 한 가정집이었다. 딸 A 씨와 83세 노모 B 씨가 함께 살기 시작한 지 3주도 채 되지 않았던 때였다.

B 씨는 남의 부축 없이는 제대로 걷기 어려울 만큼 노쇠한 상태였다. 혼자 생활하는 것이 점점 버거워지자 그는 아들이자 A 씨의 남동생에게 ‘딸과 함께 살고 싶다’고 이야기했고, 그렇게 그해 7월 1일부터 모녀는 함께 살기 시작했다.

동거가 시작되자 A 씨는 경제적으로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어머니가 사소한 일마다 간섭하고 잔소리를 늘어놓는다고 느꼈다. 그는 남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엄마랑 같이 못 살겠다”고 호소하는 일이 잦았다.

그러던 7월 20일 밤이었다. 집에서 맥주 3캔을 혼자서 비운 A 씨는 라면을 끓이기 위해 가스레인지에 불을 올렸다. 잠시 후 어머니에게 물었다. “라면 드실래요?” 어머니는 “술 그만 마시고 잠이나 자라”면서 거절했다.

A 씨는 말없이 가스 불을 끄고 거실로 돌아왔다. 순간 머릿속에 생각이 스쳤다.

‘엄마가 친모가 아닌 것이 분명하다. 둘 중 하나는 죽어야 나머지 하나가 편하겠다.’

A 씨는 다시 가스 불을 켰다. 끓기 시작한 물이 담긴 냄비를 들고 곧바로 어머니가 누워 있는 안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지체 없이 어머니의 목에 끓는 물을 들이부었다.

엄청난 고통에 처음 몇 초간 어머니는 제대로 소리를 내지 못했다. 이를 바라보던 A 씨는 생각했다.

‘이미 늦었구나. 내가 실수했구나.’

그러나 잠시 뒤, 어머니는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 순간 A 씨의 머릿속 ‘실수였다’는 생각은 사라졌다. 왜 이렇게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나라는 생각과 함께 분노가 치밀었다.

A 씨는 다시 주방으로 가 프라이팬을 집어 들고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공포에 질려 옷장 쪽으로 몸을 끌며 도망치려는 어머니의 머리를 향해 프라이팬을 여러 차례 내리치기 시작했다.

“때리지 마라, 이러다 죽는다. 그만해라, 내가 잘못했다”는 애원에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프라이팬 손잡이가 부러지고 나서도 옆에 있는 냄비를 다시 집어 들어 내리쳤다.

무참한 폭행으로 피를 흘리며 쓰러진 어머니를 안방에 방치한 채 A 씨는 112에 전화를 걸었다.

“엄마를 죽이고 싶었는데, 엄마가 빨리 죽지도 않는다. 구급차를 보내 달라. 난 인생 포기했으니 경찰서 가면 된다. 이건 지옥이다, 지옥. 이렇게 살 바에는 감방에서 썩고 싶다.”

구급대가 급히 출동해 어머니는 다음 날 새벽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A 씨는 쓰러진 어머니에 대한 최소한의 구호 조치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그해 11월 29일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인 서울북부지법 제11형사부(이동식 부장판사)는 “피해자가 친딸인 피고인으로부터 전혀 예상치 못한 공격을 받은 후 극심한 고통 속에서 사망하였으리라고 보인다”면서 이같이 선고했다. 검찰과 A 씨 모두 항소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부장판사 김종호)는 지난해 3월 7일 A 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 내용이 패륜적일 뿐만 아니라 잔혹하기까지 하여 죄질이 지극히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그뿐만 아니라 A 씨는 구치소에 수감된 이후에도 다른 수용자를 폭행해 21일의 금치 처분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이를 두고 “자신의 행동을 진지하게 반성하면서 자숙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또한 A 씨는 자신의 범행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수사와 재판 과정 내내 ‘자신의 어머니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애정으로 돌보지 않았으며 동거 기간에도 자신을 비하하고 간섭해 악감정을 품게 됐다’는 것을 범행 이유로 진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가 남동생에 비해 유독 피고인을 냉대하거나 차별하면서 양육하였는지 의문”이라며 “불과 20일간의 동거 기간 동안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참혹한 범행에 이를 만큼 모욕하거나 무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하며 중형을 선고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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