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정거래 분야의 큰 화두 중 하나는 네이버, 카카오 등으로 대표되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였다. 지평 공정거래그룹이 맡은 ‘네이버 쇼핑 검색 알고리즘’ 자사 우대 사건에서 올 10월 대법원은 원심을 뒤집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처분을 파기환송했다. 앞선 5월 카카오모빌리티의 배차 로직 알고리즘 사건에서도 서울고법이 과징금 전부 취소 판결을 내렸다. 플랫폼의 자사 우대와 알고리즘 조정 행위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를 둘러싼 대표적 사건에서 지평이 연이은 성과를 거두며 관련 법리의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플랫폼 규제 핵심 사건 수행… 법리 기준 제시
지평 공정거래그룹이 최근 대규모 플랫폼 사건을 수행하며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 우리나라 플랫폼 시장의 기준선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히 대리인 입장에서만 변론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질서와 공정거래 정책의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것이다. 플랫폼 규제를 둘러싼 논의가 추상적 원칙과 정책 담론에 머무를 경우 실제 사업 현장과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이병주 그룹장은 “기술이 발전하고 혁신이 일어나며 성장하는 기업들의 행위를 문제 있는 거래 행위로 볼 것인지 아니면 성과 경쟁의 결과로 볼 것인지 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기업들도 억울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다방면으로 저희가 검토한 결과를 당국이나 법원에 보여드리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기준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접근은 네이버 검색 알고리즘 사건과 카카오모빌리티 배차 로직 사건 등 최근 플랫폼 관련 주요 판결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플랫폼의 행위가 곧바로 ‘갑질’이나 ‘착취’로 평가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에 대해 대법원은 “플랫폼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타사와 자사를 동등하게 대우할 의무는 없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인 시장 구조와 사업 모델, 경쟁 제한 효과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논리다. 네이버 사건을 담당했던 장품 변호사는 “우리나라 산업 정책이나 플랫폼 정책에 맞는 규제 기준을 법원이 제시하는 데 일조했다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지평 공정거래그룹의 저변에는 장기간 축적된 실무 경험이 깔려 있다. 지평은 공정위 규제 사상 최대 과징금이 부과된 ‘퀄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사건’을 비롯해 브로드컴의 ‘삼성전자 휴대전화 부품 갑질 사건’ 등 국내 공정거래에서 의미 있는 사건을 다수 수행해 왔다. 지평은 당시 공정위를 대리해 글로벌 기업의 법리 공세에 대응하며 쟁점을 정리했다. 이러한 성과는 공정거래 사건을 다뤄오며 축적해 온 풍부한 실무 경험과 제도 전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결과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지평에 대해 “사안의 쟁점을 정교하게 짚어내며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는 곳”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 그룹장은 “결국 중요한 것은 법리와 사실관계에 충실하면서 각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출신 영입해 ‘공정거래 어벤져스’ 완성
지평 공정거래그룹은 인력 구성의 다양성이 경쟁력으로 꼽힌다. 올해 9월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 내부거래감시과장 등을 지낸 김상윤 변호사(사법연수원 36기)를 영입하며 조직의 스펙트럼을 한층 넓혔다. 김 변호사는 기업거래정책과(하도급 총괄), 가맹거래조사팀장, 건설하도급과장(서울사무소) 등 공정위 핵심 실무를 두루 거친 인물로 지평에서 자문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이 외에도 지평에는 공정위 상임위원을 지낸 김성하 고문, 공정위 비상임위원을 지낸 김동아 변호사를 비롯해 서울고법에서 공정거래를 전담했던 윤성원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17기)와 검사 출신 등 각계 분야의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이 그룹장은 “각 개인의 장점이나 역량, 특수성이 다 다르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강점이 효과적으로 발휘되고 시너지가 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평은 공정거래 사건의 특성상 신속하고 활발한 대응이 중요하다는 점에 주목해 내부 협업 시스템도 강화하고 있다. 공정거래그룹을 중심으로 인수합병(M&A), 기업금융, 형사, 지식재산권(IP)·정보기술(IT) 등 관련 그룹과 긴밀히 협업해 사안별 맞춤형 자문을 제공한다. 정부 정책 변화에 맞춰 공정거래법 규제 변화를 정리한 뉴스레터를 발간하고 정책 변화와 대응 전략을 주제로 한 세미나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지평의 강점은 활발히 의견을 교류하는 ‘원팀’ 정신에서 비롯된다. 내부 구성원 간의 실적 경쟁보다는 그룹 전체의 성장을 중시한다고 한다. 현재 지평 공정거래그룹은 수요를 감안해 내년과 내후년 규모를 더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 장 변호사는 “그룹이 굉장히 커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두 사람이 잘해서 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정해진 파이를 갖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파이가 커지고 있는 것에 다 같이 뭉치는 선순환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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