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산·염전 등 유휴자산 관광자원으로…고창군, 민간투자 끌어내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21일 13시 13분


심덕섭 전북 고창군수(가운데)와 관광개발 기업 관계자들이 성송면 암치 석산 소규모 관광단지 조성 및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에 서명하고 있다. 고창군 제공
심덕섭 전북 고창군수(가운데)와 관광개발 기업 관계자들이 성송면 암치 석산 소규모 관광단지 조성 및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에 서명하고 있다. 고창군 제공
전북 고창군이 석산과 염전 등 지역 내 유휴자산을 활용한 관광개발 산업에 대규모 민간투자를 끌어내 주목된다. 본래의 용도가 마무리된 뒤 흉물로 남아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전국의 수많은 석산과 어촌마을 등에 참고할 만한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고창군에 따르면 군은 최근 국내 관광개발 기업 4곳과 ‘성송면 암치 석산 소규모 관광단지 조성 및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산업 유휴공간을 관광·문화 자원으로 재탄생시키는 새로운 모델을 추진하는 것이다.

암치 석산은 한 건설업체가 2012년부터 허가를 받아 올해 4월까지 흙과 돌을 채취해 온 곳이다. 이곳에서 불과 500m가량 떨어진 암치마을 주민들은 그동안 진동과 소음, 먼지 피해를 호소해 왔다. 석산이 관광지로 개발되면 주민 불편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암치 석산은 돌을 캐는 과정에서 드러난 웅장한 암반 절벽과 넓은 개방형 지형을 갖추고 있어, 일반적인 자연경관과는 차별화된 독특한 공간적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게 고창군의 설명이다.

기업들은 이러한 지형적 특성을 살려 △절벽 전망 공간과 포토존 △독특하고 이색적인 숙박시설 △가족 단위 자연·모험 콘텐츠 △야간 미디어아트 광장 △로컬 특산물·농촌 체험 연계 프로그램 등 다양한 관광 콘텐츠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올해부터 시행되는 소규모 관광단지 제도를 활용해 추진된다. 그동안 관광단지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50만㎡ 이상의 대규모 부지와 까다로운 요건이 필요했지만, 새 제도에서는 약 5만~30만㎡의 비교적 작은 면적도 관광단지로 지정할 수 있도록 완화됐다.

관광단지 지정 권한도 광역자치단체에서 기초단체장(시장·군수)으로 이관되면서 지역 맞춤형 개발이 가능해졌고, 절차 역시 간소화됐다. 시설 기준 또한 기존 3종 이상에서 2종 시설 이상으로 완화돼 지역 규모와 특성을 고려한 관광단지 조성이 가능해졌다.

고창군 관계자는 “주민들과 공청회를 통해 충분히 소통하며 관광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협약대로 개발이 완료되면 폐석산을 소규모 관광단지로 개발하는 국내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유휴자원을 활용한 관광개발 사례는 또 있다. 바닷가에 방치된 대규모 염전을 관광리조트로 탈바꿈시키는 사업이다. 고창군 심원면 만돌리 염전에서는 과거 천일염이 생산됐지만, 중국산 저가 공세와 노동자 고령화로 10여 년 전부터 운영이 중단된 채 활용처를 찾지 못해 왔다.

고창군은 4년 전 이 부지를 매입한 뒤 민간투자 유치 등 다양한 활용 방안을 논의했다. 그 결과 국내 최대 스키장을 운영하는 모나 용평(옛 용평리조트)이 약 4000억 원을 투자해 대형 숙박시설과 골프장 등을 조성하는 계획을 확정했다.

이후 2024년 최종 매매 계약을 체결했으며, 내년 봄 본격적인 사업 추진을 위한 착공을 앞두고 있다. 이곳에는 2028년까지 중대형급 휴양형 콘도미니엄 470실을 비롯해 700석 규모의 컨벤션센터와 18홀 골프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고창군은 이에 발맞춰 인근에 국제 규격의 카누 슬랄롬 경기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유휴자원을 활용한 관광개발 산업에 대해 주민들도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심원면 주민자치위원회를 비롯한 17개 사회단체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리조트와 골프장 건설은 어족자원 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활력을 잃어가는 어촌의 생존과 직결된 중대한 사업”이라며 “관광객 유입과 일자리 창출을 통해 지역경제를 살리고 주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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