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가 실시된 9월 3일 서울 금천구 금천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20250903 사진공동취재단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영어 영역 1등급(90점 이상) 비율이 상대평가 과목보다 낮은 3.11%로 매우 어렵게 출제되면서 학생과 학부모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학원은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 심리를 타고 수능 영어를 초등학교부터 준비해야 한다며 사교육을 부추기는 광고에 나섰다. 정부는 과도한 학습부담을 줄이고 학교 영어교육을 정상화하겠다며 2018학년도 수능부터 영어 절대평가를 도입했다. 그러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영어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면서 오히려 사교육을 자극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 불안 심리 이용 “초등 때 수능 영어” 광고
“이번 기말고사를 끝으로 영어학원은 끊고 자습만 시키려했는데, 이러다 수시 최저학력기준을 못 맞출수도 있을 것 같아 겨울방학 특강도 등록하려합니다.”
서울의 고2 자녀를 둔 이미영 씨는 4일 수능 채점결과가 발표된 뒤 학원 겨울방학 수능 영어 특강을 알아보고 있다. 이 씨 처럼 내년 고3이 되는 자녀를 둔 학부모와 학생들은 겨울방학을 앞두고 영어 강의와 과외를 알아보려 비상이다.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학생이 대거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등 불안감이 커지자 학원들은 강의 홍보에 나서고 있다. 부산 A 영어학원은 “수능 영어가 ‘누구나 1등급 받을 수 있는 과목’이라는 인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초등 때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송파구의 P 영어학원은 수능 직후 설명회에서 “영어유치원 보냈던 학부모들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학 때문에 시간이 없다고 영어를 줄이는데 안심하면 안된다”고 설명했다.
일부 영어학원은 수능 채점 결과가 발표된 직후 초중등생 대상 수능영어 문제 풀이를 진행했다. 초등 6학년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는 김서연 씨는 “영어유치원을 3년 보내고 지금까지 계속 영어학원을 다녀 초6이면 수능 영어를 마스터한다고 생각했다”며 “아이가 68점, 4등급이 나와 놀랐다”고 말했다.
● “절대 평가 출제 실패, 평가원장 사퇴해야”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11월 1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운영 상황 설명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2025.11.13 뉴스1오승걸 평가원장은 4일 “교육과정의 학습 정도를 평가한다는 절대평가 취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온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히며 ”내년 수능영어 1등급은 6~10% 비율로 출제방향을 잡겠다“고 말했다. 5일 성적표 통지 이후 논란이 계속되자 평가원은 이례적으로 ‘수능 영어 난이도 관련 사과 표명’ 보도자료까지 냈다. 그러나 어려워진 수능 영어 때문에 영어 사교육비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능 영어 영역은 2018학년도 절대평가로 전환된 이후 학년이 올라갈 수록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시간 투자를 덜 하는 과목이었다. 교육부가 5월 발표한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서도 고1에서 고2로 학년이 올라갈 때 국어, 수학, 사회·과학 모두 과목별 월 평균 사교육비가 증가한 반면 영어만 유일하게 감소했다. 특히 상위권 학생들은 고교 입학 전 수능 모의고사를 미리 풀며 1등급을 유지하고, 다른 과목 공부에 나머지 시간을 쏟는 경우가 많다. 많은 대학이 입시에서 절대평가인 영어를 낮은 비율로 반영하거나, 등급별로 가점 혹은 감점을 하는 방식으로만 활용했기 때문이다.
수험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제도 취지를 지키지 못한 교육당국 때문에 수험생만 피해를 봤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평가원 수능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영어 난이도 실패에 대한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수험생 정모 씨는 “차라리 상대평가였다면 1등급을 받고 수능 최저학력기준 맞췄을 수험생들이 영어 때문에 재수하는 사태를 내년에도 볼 거냐”며 “사교육 시장을 더 과열시킨 평가원장은 사퇴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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