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아들 키워 서울대 보낸 60대, 장기기증으로 마지막 기부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0월 31일 12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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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자 문주환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뉴스1
기증자 문주환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뉴스1
아내와 사별하고 자식을 위해 헌신해 온 가장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한 사람에게 새 생명을 주고 세상을 떠났다.

31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문주환 씨(60)는 지난 8월 29일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폐장을 기부해 1명의 생명을 살리고, 인체 조직기증으로 100여 명의 환자에게 기능적 장애 회복의 희망을 선물했다.

문 씨는 같은 달 9일 친구와 대화 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후 그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판정을 받았다.

생전 아들과 함께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신청한 문 씨는 늘 지갑에 등록 카드를 지니고 다녔다. 그는 생명을 살리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자주 말했다고 한다.

이에 문 씨의 가족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 누군가를 살리는 아름다운 일을 하고 떠나길 원했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고자 기증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인천에서 3남 1녀 중 셋째로 태어난 문 씨는 다정하고 배려심이 많은 성격으로, 어려운 사람을 보면 먼저 다가가는 마음씨가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젊어서는 공장에서 일했고 이후 노래방을 운영하다가 최근 한국교통장애인협회 김포시지회에서 장애인주차구역 단속과 교통 장애인을 돕는 일을 했다.

그는 9년 전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아들을 홀로 키우면서 따뜻하고 자애로운 아버지이자 둘도 없는 친구가 돼주겠다고 약속했다. 따로 취미생활을 즐기지 않을 만큼 가족을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문 씨의 돌봄 덕에 컴퓨터공학자를 꿈꾸던 아들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했다.

문 씨의 아들 문동휘 씨는 아버지를 향해 “갑작스럽게 떠나서 너무 보고 싶다. 하늘나라에서 건강하고 재미있게 잘 지내고 계셔라”며 “다시 볼 순간을 기다리겠다. 사랑한다”고 마지막 인사를 보냈다.

#뇌사 장기기증#한국장기조직기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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