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남편 18년째 간호한 아내, 먼저 떠나며 4명에 장기기증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0월 28일 11시 25분


제맹순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맹순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보육원 봉사활동 등 도움의 손길을 내밀던 70대 여성이 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8월 16일 계명대 동산병원에서 제맹순 씨(76)가 폐장, 간장, 양측 안구를 기증하고 눈을 감았다고 28일 밝혔다.

제 씨는 8월 11일 아침 의식을 잃은 상태로 남편에게 발견됐다. 제 씨는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가 됐다.

가족은 제 씨에 대해 “평소 다른 사람을 돕던 착한 사람”이라며 “삶의 끝에도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좋은 일을 하고 떠나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또한 가족은 기증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치료나 수술도 할 수 없이 안 좋아지는 모습을 보기보다는 생명을 살리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하고 싶다”고 했다.

제 씨는 경북 성주군에서 2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으로, 사람과 어울리길 좋아했다. 뜨개질을 즐겨하며 자녀의 옷을 손수 만들어 줬다.

제 씨는 어려운 사람을 보면 먼저 다가가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보육원 등지에서 적극적으로 봉사활동을 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 씨는 2008년부터 뇌졸중 편마비로 거동이 불편한 남편을 18년 동안 병간호했다.

제 씨의 아들 김동훈 씨는 “엄마, 아직도 집 안의 물건들을 보면 문득문득 생각이 나요. 몸은 떠나셨지만 엄마가 남긴 따뜻함을 느끼면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갈게요. 이제는 모든 아픔 내려놓고 그곳에서 편히 쉬세요. 사랑해요, 엄마”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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