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수감자’ 8년새 6배 급증… 재범 막을 재활부서-인력은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0월 27일 03시 00분


마약범 늘어 교정시설 과밀 상황
중독-재활 프로그램 정책 있지만
실행할 교도소 부서-인력은 없어
“처벌만으로 한계, 재활-치료 필수”

“아빠!” 선고를 앞둔 조용한 법정에 세 살배기 아이가 피고인을 부르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광주지법 형사1단독 김호석 부장판사는 방청석에 있던 아이의 목소리를 듣고 “아이고”라며 짧게 탄식했다. 이날 30대 서모 씨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필로폰을 13차례에 걸쳐 사거나 투약을 시도한 혐의로 피고인석에 섰다. 김 부장판사는 서 씨가 장기간 필로폰을 매수, 투약해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 교정시설 내 마약사범, 8년 새 6배로 급증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교정기관별 마약 수용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 씨처럼 전국 교정기관에 수용된 마약류 사범은 2017년 1037명에서 지난해 5779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올해 9월 기준으로는 6291명으로, 8년 만에 6배 이상으로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국의 교정시설은 포화 상태다. 8월 기준 전국 교정시설의 평균 수용률은 128.5%로, 특히 부산구치소는 158.1%에 달했다. 55개 교정시설 중 수감 인원이 정원에 미달한 곳은 5곳뿐이었다. 부산구치소는 과밀 문제가 심각해지자 지난해 말 수사기관과 법원에 “구속영장 청구를 숙고하고 보석 등 석방 요청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다른 구치소의 일부 수용자는 정부를 상대로 “5평(약 16.5m²)도 안 되는 방에서 10명 이상 생활한다. 과밀 수용은 인권 침해”라며 소송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교정기관에 수용된 마약사범 급증의 배경으로는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마약 유통망 확산과 온라인 거래의 손쉬운 접근성 등이 꼽힌다. 해외 밀반입량이 급격히 늘면서 국내 공급이 폭증한 점도 한몫했다. 실제로 검찰과 경찰은 최근 대규모 밀수·유통 조직을 잇달아 적발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경기 수원지검은 약 11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의 마약을 밀수입·유통하려 한 내·외국인 8명을 구속 기소했다. 이들 중 40대 한국인은 경기 수원 성남 의왕 고양, 인천 일대에 필로폰 2.2kg을 숨겨놓았다가 적발됐다. 또 전남경찰청은 올해 6월 무등록 대포차를 이용해 전국을 돌며 필로폰 등을 유통·판매한 30대 태국인 총책을 포함해 총 32명을 무더기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

● “처벌만으론 한계… 재활·치료 병행해야”

교정기관에 갇힌 마약사범이 급증하는 반면 재활을 전담해 이들의 치료와 마약 근절을 담당하는 부서와 인력은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독성이 강해 재범률이 높은 마약 범죄의 특성상 재활은 사회의 일원으로 돌아오기 위한 필수 과정임에도 마약사범들에 대한 사후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의 ‘교도소별 마약사범 전담 부서(인력 포함) 및 중독·재활 프로그램 현황’에 따르면 교정 당국은 “법무부 교정본부에서는 마약사범재활팀을 신설해 중독·재활 프로그램 개발과 집행 등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실행할 교정기관의 전담 부서 및 인력이 없어 부서 신설과 인력 충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다만 부산, 경기 화성 등 교도소 5곳에서는 재활 의지가 높은 마약류 사범을 대상으로 맞춤형 마약 회복 프로그램인 ‘회복이음과정’이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처벌받는 마약사범은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재활이나 치료 등은 부족한 상황을 두고 “단순 처벌이 아닌 재활과 치료가 병행되어야만 ‘마약 청정국’으로의 회복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박영덕 인천참사랑병원 마약상담실장은 “일부 교도소에서 진행하고 있는 회복 프로그램을 수강하기 위해 다른 교도소에서까지 줄을 서서 대기할 만큼 담당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마약은 어떤 범죄보다도 재범률이 높은 만큼 국가적인 차원에서 예산과 인력, 인프라 등을 지원해 재활 치료 전담 부서를 만들고 재범률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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