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21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SM 주가조작 혐의 1심 무죄를 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서 경쟁자 하이브를 방해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SM 주가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는 이날 오전 11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창업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2023년 2월 카카오와 하이브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1조 원대 ‘쩐의 전쟁’을 벌였다. 이수만 당시 SM 창업자(전 에스엠 총괄프로듀서)가 경영 은퇴를 밝혔고 방시혁 의장의 하이브는 이 씨의 보유하고 있던 SM 주식 중 80%가량을 인수하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SM 전체 주식의 14.8%에 해당하는 양이었다.
같은 해 2월 9일 당시 SM 주가는 주당 9만8500원이었고, 하이브가 밝힌 공개 매수 가격은 12만 원이었다. 여기에 카카오가 뛰어들었고, 이후 갑자기 SM 주가 급등했다.
SM 주가는 같은 해 2월 16일 주당 13만1900원, 3월 8일에는 15만8200원까지 올랐다. 결국 하이브는 SM 인수에 실패했고 카카오가 인수했다. 이후 하이브는 금융감독원에 SM 주가 급등의 배경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했고, 수사 및 김 창업자 등에 대한 기소로 이어졌다.
1심 재판부는 김 창업자에게 시세 조종 목적과 카카오와의 공모 둘 다 없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SM 주식 공개매수 기간에 카카오가 대량 매입한 것에 대해 “그 매수 행위가 시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 만으로 시세 조종이라고 단정지을 순 없다”며 “시세 조종 행위를 처벌하는 취지, 기망적인 방법이 사용됐는지 등을 종합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시세 조종 공모가 있었다고 진술한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핵심 진술이자 검사가 제출한 사실상 유일한 진술”이라며 “시세 조종 논의가 스피커폰 통화로 이뤄지는 걸 들었다는 진술은 대화의 내용이나 성격으로 볼 때 이례적이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봤다.
앞서 이 전 부문장은 자신이 스마트폰을 스피커폰 모드로 전환해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과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의 통화를 연결해줘 약 27분 가량 통화가 이뤄졌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 통화에서 카카오와 원아시아 사이에 공모가 이뤄졌다고 주장해왔다. 법원은 “(이 전 부문장은) 카카오 매수 관련 기존 진술을 번복하고 수사기관 의도에 부합하는 진술을 함으로써 수사 대상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동기나 이유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원아시아가 카카오와 공모해 SM 주가 조작을 의도했는지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시세조종의 목적이나 카카오와 공모가 있었다는 것 인정할 수 없다”며 “원아시아의 매수 주문 특징을 살펴보면, 시세 조종성 주문과는 상당히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창업자가 “평화적으로 가져오라”한 발언에 대해서도 “관련 투자자들은 그런 발언을 들은 적 없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김 창업자가 그렇게 말했는지도 상당히 의심된다”며 “‘하이브와 평화적으로 분쟁을 해결할 방안을 가져오라’는 의미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했다.
앞서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이 카카오 총수이자 최종 의견 결정권자로서 적법한 경쟁 방법이 있음을 보고 받았음에도 이를 지속적으로 반대하고 ‘평화적으로 가져오라’며 SM인수를 지시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카카오에서 해당 업무를 주도적으로 담당한 배 전 총괄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시세 조종의 목적과 의도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배 전 총괄, 강호중 카카오 전 투자전략실장과의 통화를 언급하며 ”하이브의 매수를 저지할 목적으로 한 것이라면 통화 내용에 ‘하이브 공개 매수를 실패시키자’, ‘장내 매수로 하이브 공개 매수 가격인 12만 원보다 높게 만들자’하는 내용이 담겼어야 한다“며 ”하지만 두 사람 사이 통화 내용이 모두 녹음되어 제출되어 있지만 그 어디에도 그런 내용이 없다“고 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8월 열린 김 창업자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징역 15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당시 검찰은 김 창업자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배 전 총괄에게 징역 12년, 지 대표에 징역 10년,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에 징역 9년을 각각 구형했다.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 강 전 실장, 김태영 전 아시아파트너스 부대표에게도 각각 징역 7년을 구형한 바 있다.
앞서 김 창업자 측은 최후변론에서 “카카오를 운영하면서 적법하지 않은 방법으로 일을 도모하거나 타협한 적 없다”며 “하이브와 경쟁하며 대등한 수준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을 듣고 일부 지분 매입에 반대하지 않았을 뿐 SM엔터테인먼트 인수에 찬성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날 김 창업자가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카카오가 주력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AI 및 금융, 스테이블코인 사업 등에 성장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메신저와 AI 등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 중이다. 이르면 이번주 카카오톡에 챗GPT를 탑재하는 업데이트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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