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 금지는 없어 청소년에도 처방
어지러움-두통-불면-구토 부작용
ADHD 치료제도 집중력약 알려져
수능 한달 앞두고 오남용 주의를
뉴스1고등학교 3학년 강모 양(18)은 8월 말 인천의 한 병원을 찾았다. 또래 사이에서 ‘불안 해소약’으로 알려진 인데놀을 처방받기 위해서였다. 시험 때마다 심하게 긴장해 제 실력을 못 낸다고 생각했던 강 양은 9월 모의고사에서 처음 약을 복용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몸이 늘어지고 졸려서 오히려 집중이 안 됐다”는 게 그의 말이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한 달 앞두고 학생들의 전문의약품 오남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불안감을 줄이거나 집중력을 높이겠다며 처방이 필요한 심혈관 질환 치료제 인데놀과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를 찾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정해진 용법을 따르지 않으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인데놀 처방 4년 새 1.4배로 증가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0∼19세 소아·청소년에게 처방된 인데놀은 총 170만2422건이다. 2020년 20만7681건에서 지난해 36만7772건으로 약 1.4배로 늘었다. 올해는 1∼8월에만 24만678건이 처방됐다.
인데놀은 원래 고혈압이나 협심증 같은 심혈관 질환 치료제지만 불안과 떨림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어 ‘수능 약’, ‘면접 약’으로 알려졌다. 의사의 판단에 따라 청소년에게도 처방이 가능해 시험이나 발표를 앞둔 학생이 ‘몸이 떨리지 않게 해주는 약’이라며 병원을 찾는 사례가 매년 반복된다. 일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미성년자인데 약 받을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하다” “가지고 있는 약 판매한다”는 글이 꾸준히 올라올 만큼 약에 관한 관심이 식지 않고 있다.
‘집중력 높이는 약’으로 알려진 ADHD 치료제도 마찬가지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이 심평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ADHD 치료제를 처방받은 5∼19세 환자는 2020년 4만7266명에서 지난해 12만2906명으로 약 2.6배로 증가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원장은 “시험일이 다가오면 ‘아이 집중력을 높이고 싶다’며 ADHD 치료제를 찾는 학부모들이 매년 병원을 찾아온다”고 말했다. 한 온라인 사이트에는 이달 초에도 ADHD 치료제인 ‘콘서타’를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 부작용 매년 보고… “환자 아닐 경우 효과 없는 편”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의 의약품적정사용정보(DUR) 시스템에는 인데놀이 ‘연령에 따른 투약 금지’ 품목으로 지정돼 있지 않아 소아·청소년 처방이 가능하다. 반면 인데놀의 제품 설명서에는 만 19세 미만에게는 안전성이 확립돼 있지 않아 투여하지 말라고 명시돼 있다.
실제 부작용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성분 프로프라놀롤(인데놀 등) 복용 후 보고된 이상 사례는 총 1175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부작용으로는 어지럼, 졸림, 두통, 저혈압이 보고됐다. ADHD 치료제 역시 최근 3년(2022∼2024년)간 식욕 감소, 불면, 구토 등 총 278건의 부작용이 보고됐다. 이 중 나이가 확인된 83건 중 절반 이상(47건)이 19세 미만이었다.
그럼에도 현장에선 처방이 쉽게 이뤄진다. 경기도의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의약품 상세 정보는 단순 참고사항”이라며 “개인적으로는 부작용이 크지 않다고 생각해 처방하고 있다”고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제품설명서상 정보 등은 절대적 기준이 아니고 처방 여부는 의사의 임상 판단에 따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증상 없는 사람이 복용할 경우 자칫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어 치료제에 대한 올바른 교육과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이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다 보니 쉽고 빠른 선택지로 약을 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이들이 정서적 불안으로 내몰리지 않는 교육 시스템과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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