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교진 교육장관 후보자 “과도한 경쟁체제 허물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14일 15시 01분


“고교학점제 보완”…자사고-특목고도 손볼 가능성

최교진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8.14/뉴스1 ⓒ News1
최교진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8.14/뉴스1 ⓒ News1
최교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과도한 경쟁체제를 허물어야 한다”, “고교학점제를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전 정부에서 시행된 고교학점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존치 등 정책을 손볼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최 후보자는 세종시교육감으로 3선 임기를 수행하며 자사고 및 특수목적고(특목고) 폐지를 주장했으며 일제식 학업성취도평가 실시에 반대했다.

●고교학점제 보완, 과도한 경쟁 완화 시사

최 후보자는 14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며 “세종이 사교육 참여율이 서울에 이어 두번째였는데 취임 뒤 사교육비를 어떻게 잡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공교육 정상화를 통한 사교육 경감’이 정답처럼 돼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학생 경쟁을 줄여주는 것이 필요하고 사교육에 대한 인식 개선을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취임 뒤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싶은 정책에 대해서는 “고교학점제처럼 이미 시행됐는데 현장에서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문제를 우선순위를 정해서 빠르게 보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계에서는 최 후보자가 임명되면 이전 전부 정책이 상당부분 180도 바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 정부가 초3과 중1을 책임교육학년으로 지정하고 지난해부터 해당 학년 전 학생이 맞춤형 학업성취도평가에 참여하도록 교육청에 적극 권고하던 방침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 후보자는 세종시교육감 재임 시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세종지부와 단체협약을 체결하며 ‘교육청은 교육청 주관 학업성취도평가를 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세종시당위원장은 2023년 7월 “윤석열 정부가 기초학력진단 강화 방침을 내세웠는데 세종교육청은 전교조와의 단체협약 때문에 헌법에 보장된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며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최 후보자는 국정감사에서 “전교조와 단체협약이 학업평가를 가로막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일제고사식 평가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세종의 중1 맞춤형 학업성취도평가 참여율은 51.3%에 그쳤다. 전남 100%, 제주 99.5% 등 13개 지역에서 참여율이 90% 이상이었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맞춤형 학업성취도평가 시행 여부는 각 학교나 교사가 알아서 판단하는 것이지만 교육부가 적극 권고하지 않으면 참여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 교사는 “꼭 해야 하는 게 아니면 굳이 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다른 도구로라도 기초학력을 파악하지 않으면 보정할 기회를 놓친다는 지적도 공감되긴 한다”고 말했다. 전교조 세종지부는 2023년 당시 “일제식 학업성취도평가는 학생들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동시에 교사들의 업무를 가중한다”고 반발했다.

올 3월 고1에 도입된 고교학점제는 현장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데다 이날 최 후보자도 보완 필요성을 언급한 만큼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문재인 정부가 고교학점제 도입을 발표할 당시에는 내신의 절대평가(2, 3학년만)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에서 내신 상대평가를 기존 9등급에서 5등급으로 변환하면서 학생들의 학업 부담이 오히려 커지고, 교사들의 수업준비 및 평가부담이 커졌다는 비판이 있었다.

자사고, 외국어고 등의 일반고 전환도 예상된다. 최 후보자는 교육감 시절 일관되게 자사고와 특목고 폐지를 주장했고, 고교 평준화도 시행했다.

●“초중등 교육 전문가” vs “고등교육 잘 몰라”

교육계에서는 최 후보자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최 후보자가 임명되면 교수 출신이었던 전임 장관들과 달리 초중등 분야에 관심을 많이 쏟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최 후보자는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육부 반대에도 교사들이 ‘공교육 멈춤의 날’에 참석하는 것을 지지했다.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에도 반대해 전국에서 세종의 AI 디지털교과서 채택율이 가장 낮은 등 현장 의견을 적극 대변해 왔다는 점을 교사들은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미 초중등 교육은 각 시도교육청에 대부분 권한이 이양돼 교육부의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 후보자가 교사로 22년 재직했다고 하나 해직과 전교조 전임 등으로 14년 동안 학교 밖을 떠나 있어 학교 현장을 잘 알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최 후보자 재임 시절인 2019년 세종시교육청은 국제고가 후기고로 바뀐 것을 고교 배정시스템에 반영하지 않아 신입생 배정에 오류가 생겨 논란이 된 바 있다.

최 후보자의 고등교육 분야 경험이 전무해 현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제대로 추진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대학 관계자는 “논문 검증 통과가 어려우니 아예 논문이 없는 사람에 집중하다가 최 후보자를 지명한 것 같다”며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은 각 국립대별 특성화 전략, 다른 지방 사립대와의 균형 등 고려할 것이 많은데 혜안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후보자는 이날 “(고등교육 경험이 없다는) 지적은 사실이지만,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과도한 경쟁 체제를 허물자는 것이고 초중등 교육과도 연결된다”며 “대학 전문가들로부터 더 듣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부총리#교육부 장관#고교학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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