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이 병상에서 남긴 생명보험금의 수익자가 어느 날 갑자기 종교단체 지도자로 바뀌어 있었다면, 자녀의 심정은 어떨까. “보험료는 내가 다 냈는데, 그 돈을 종교인이 가져갔다면 돌려받을 수 있나요?”라는 사연이 청취자들 사이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 당뇨, 고혈압 앓던 아버지, 아들 위해 생명보험 들어
23일 YTN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소개된 사연의 주인공 A 씨는 어릴 때 어머니를 여의고, 평소 당뇨와 고혈압 등 지병을 앓던 아버지와 단둘이 살아왔다.
몇 년 전, 아버지는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 남겨질 아들이 걱정된다며 A 씨 명의로 생명보험에 가입해달라고 요청했다.
A 씨는 보험료 전액을 본인이 부담했고, 보험 수익자도 A 씨 자신으로 지정해 두었다.
지난 겨울, 아버지의 건강은 급속도로 악화됐고, 병원과 집을 오가며 간병을 하던 A 씨의 곁에서 아버지는 결국 눈을 감았다.
■ 수익자, 아들에서 ‘종교단체 지도자’로 변경…보험금은 이미 수령
A 씨는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유품과 서류들을 정리하던 중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아버지 사망 3개월 전, 보험 수익자가 A 씨에서 아버지가 다니던 종교단체의 지도자로 변경돼 있었던 것이다. 이미 사망보험금도 전액 수령한 상태였다.
해당 종교단체는 아버지가 생전에 열심히 다니던 곳이었다. 아버지는 몸이 불편한 와중에도 예배를 빠지지 않았고, 나중에는 신도들이 직접 집으로 찾아와 기도를 해주겠다며 드나들었다.
A 씨는 “혹시 아버지가 온전히 판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 그 서류에 서명하게 한 건 아닐지 의심이 든다”며 “그 보험은 분명히 제가 낸 돈으로 가입한 건데 이렇게 바뀌어도 되는 건지 저는 지금도 혼란스럽고 화가 난다. 이미 수령한 그 보험금을 다시 돌려받을 수 없는 거냐”고 물었다.
■ “보험료 본인이 냈다면 증여로 판단…유류분 반환청구 가능”
라디오에 출연한 이명인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아버지의 생명 보험금을 수령한 종교단체의 지도자에게 유류분(상속인에게 법적으로 보장된 일정한 상속분) 반환청구 소송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상속인인 아버지가 수익자를 제삼자로 바꾼 시점이 사망 1년 이내이고, 보험료를 A 씨 본인이 냈으므로 실질적인 증여로 보고 유류분 청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즉, 수익자 변경이 법적으로 무조건 무효는 아니지만, 지급된 보험금 중 일부를 법정 상속분에 따라 되찾을 수 있는 여지는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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