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물 방치 폐교 367곳, 주민 창업-문화공간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18일 03시 00분


정부, 폐교 활용 가이드라인 마련
기존 용도 규제 없애 활용폭 넓혀
전문가 “상업적 이용 등 법에 명시
주민-지자체와 활용계획 마련해야”

17일 전남 여수시 소라면 소라중앙초등학교 교문에 세워진 녹슨 철제 펜스 앞에서 한 시민이 풀이 무성한 운동장과 무너져 가는 옛 학교 건물을 바라보고 있다. 1992년 폐교된 이 학교는 지난해 7월부터 다섯 차례 매각 입찰 공고를 냈지만 모두 유찰됐고, 현재 여섯 번째 입찰이 진행 중이다. 여수=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17일 전남 여수시 소라면 소라중앙초등학교 교문에 세워진 녹슨 철제 펜스 앞에서 한 시민이 풀이 무성한 운동장과 무너져 가는 옛 학교 건물을 바라보고 있다. 1992년 폐교된 이 학교는 지난해 7월부터 다섯 차례 매각 입찰 공고를 냈지만 모두 유찰됐고, 현재 여섯 번째 입찰이 진행 중이다. 여수=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전남 여수시 소라중앙초 폐교 부지는 17일 기준 여섯 번째 매각 입찰이 진행 중이다. 학교가 문을 닫은 건 1992년, 지금으로부터 33년 전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여수해양소년단이 활용했지만, 이후엔 사용 의사를 밝힌 기관이나 단체가 없어 그대로 방치됐다. 현재는 풀이 무성하게 자란 운동장과 함께, 허물어져 가는 학교 건물과 충무공 이순신 동상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입찰 공고는 지난해 7월부터 이어졌지만, 9개월 동안 문의 전화는 단 두 건에 불과했다. 전남여수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폐교는 대개 도심이 아닌 벽지에 위치해 있어 투자 매력도가 낮고, 관심을 갖는 이들이 적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미활용 폐교 면적만 축구장 575개 크기

부지 활용에 애를 먹고 있는 건 소라중앙초뿐만이 아니다. 경북 영천교육지원청에 따르면 1993년 폐교된 영천군 석계초도 활용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부지가 시내에서 떨어진 외곽에 있고, 주변에 축사가 있어 악취도 심하다”며 “한 차례 캠핑장으로 대부할 수 있는지 문의가 있었지만 포기하더라”고 전했다.

지방교육재정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전국 누적 폐교 3955곳 중 매각된 건 2609곳에 불과하다. 매각되지 않은 곳도 지자체가 사용하거나 민간에 위탁해 활용할 수 있지만, 소라중앙초나 석계초처럼 활용되지 않고 방치된 미활용 폐교도 367곳에 달한다. 이들 미활용 폐교의 건물 연면적과 대지 등을 합친 면적은 410ha(헥타르)로, 축구장 약 575개 규모다.

문제는 이들 부지가 대부분 인구 감소 지역에 위치해 있어 수익성이 낮고, 매각이나 재활용 수요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75곳으로 가장 많고, 경남 72곳, 경북 57곳, 강원 56곳 순이다.

여기에 매각가는 수억 원대에 이르러 부담도 적지 않다. 소라중앙초의 경우 매입 비용이 7억6356만 원이며, 석계초의 연간 대부료는 공시지가 기준 ㎡당 2만6700원으로 약 4억 원에 달한다.

● “교육청·지자체·주민 위원회 만들어 논의”

이날 행정안전부와 교육부는 폐교재산 활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폐교재산의 활용 촉진을 위한 특별법(폐교활용법)에 따르면 폐교 부지는 교육용시설, 사회복지시설, 문화시설, 공공체육시설, 귀농어·귀촌 지원시설, 소득증대시설 등 6가지 용도로 우선 활용돼야 한다. 하지만 사업성이 낮은 데다 활용 목적까지 제한돼 대부나 매각이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폐교를 ‘공유재산’으로 보고, 공유재산법을 적용해 보다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공유재산법에 따르면 지역 주민을 위한 창업 공간 등으로도 용도 확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이드라인만으로는 미활용 폐교 부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폐교활용특례법에 활용 목적 다양화를 명시해야 한다. 가이드라인만으론 현장에서 학교 관련 용지를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여전히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시도교육청 단위에서 미리 위원회를 구성해 폐교가 예상되는 학교들에 대한 계획을 주민, 지자체 등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활용 폐교 부지#폐교활용특례법#폐교재산 활용 가이드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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