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주 등 가장 늦은 대설특보
충청-호남에 강풍특보까지 발효
오늘 빙판길-도로 살얼음 주의보
내일 최고 17도, 다시 봄기운 물씬
“사흘 전만 해도 날이 너무 따뜻해 한낮엔 반팔을 입었는데, 오늘은 아침에 눈떠 보니 온 세상이 하얗더군요.”
서울에 사는 직장인 유모 씨(30)는 아침에 집을 나서려다 깜짝 놀랐다. 유 씨는 “며칠 전 서울에 눈이 올 수도 있다는 예보를 봤지만 3월 중순에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결국 출근길에 패딩을 다시 꺼내 입었다”고 말했다.
북극발 눈 태풍이 한반도를 휩쓸면서 전국 곳곳에 ‘3월 설국’이 펼쳐졌다. 전국적으로 대설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서울과 광주, 울산에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로 가장 늦은 시기에 대설특보가 발령됐다. 기상청은 춘분을 이틀 앞두고 찾아온 갑작스러운 대설의 원인으로 극지방의 한기가 내려오며 발생한 ‘극저기압’을 꼽았다.
● 강원 고성 향로봉에 61cm ‘눈폭탄’
18일 기상청은 남부지방 및 제주의 해안가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 대설특보를 내렸다. 강원 속초와 고성 등 일부 지역과 울릉도·독도에는 대설경보가 발령됐다. 강원 산지에 시간당 8cm 내외의 눈이 쌓여 적설이 가장 많았고, 나머지 지역에도 시간당 1∼5cm의 눈이 내렸다.
눈이 내리기 시작한 17일 오후 8시부터 18일 오후 6시까지 주요 지점의 가장 깊었던 적설량(최심신적설)을 살펴보면 강원 고성의 향로봉이 60.6cm로 최고치였다. 뒤이어 홍천 구룡령 30.8cm, 양구 해안 29.5cm, 전북 무주 설천봉 24.3cm 순이었다. 수도권은 서울 강북구 11.9cm, 이천 장호원 13.9cm, 포천 광릉이 13.5cm를 기록했다. 눈은 이날 오후 들어 저기압이 서해상으로 빠져나가면서 수도권과 호남 지역을 시작으로 서서히 그쳤다. 다만 제주에는 19일까지 5mm 미만이 더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해안가와 충청, 호남을 중심으로는 강풍특보가 발효됐다. 전남 신안에서는 순간풍속 초속 30m의 강풍이 관측됐고 제주에도 초속 28.9m, 충남 태안에서도 초속 25.7m로 강한 바람이 불었다.
‘봄 설국’을 몰고 온 것은 18일 오전 서해상에서 한반도에 진입하기 시작한 ‘극저기압’이다. 극저기압이란 북극에서 떨어져 나온 영하 40도 안팎의 찬 공기가 따뜻한 바다를 만나면서 생긴 기압계로, 한반도에선 주로 공기와 바닷물 온도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늦겨울부터 초봄 사이에 발생한다. 기상청은 한반도에 대설이 내리는 조건을 크게 6가지로 분류하는데 이 중 극저기압형을 대기가 가장 불안정한 유형으로 본다. 상층에 생긴 저기압이 지표면 가까이 회오리치듯 내려오며 좁고 강한 기압계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다만 극저기압으로 인한 3월 대설이 굉장히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2019년과 2005년에도 3월에 극저기압으로 인한 강설이 덮쳐 어선 전복 및 침몰 사고가 발생했다. 극저기압은 상대적으로 더 따뜻한 동해상에서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엔 서해상에서 한반도로 진입했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극저기압이 서해상을 경유할 때는 남서풍 계열의 바람을 발생시켜 지형적 요건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며 “산지 때문에 아주 강한 눈구름대가 발달하거나 반대로 산악에 막혀 일종의 강수 그늘이 생기기도 하는 들쑥날쑥한 날씨가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19일부터는 아침 기온은 낮지만 비교적 맑은 날씨를 회복할 것으로 예보됐다. 전국 아침 기온이 영하 7도∼영상 2도, 낮 최고기온은 6∼11도로 평년보다 2∼6도가량 낮은 날씨를 이어간다. 아침 기온이 대체로 영하권에 머물며 눈비로 인해 발생한 빙판길과 도로 살얼음에 유의해야 한다. 전국의 아침 기온은 서울 영하 2도, 대전 영하 3도, 광주 0도, 대구 영하 1도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20일부터는 기온이 평년 수준까지 올라 한낮 최대 17도를 기록하는 등 다시 따뜻한 봄 날씨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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