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2021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에게 이 같이 강조하며 이재명 당시 후보(현 민주당 대표)에 대한 ‘쪼개기 후원’을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서현욱)는 김 전 회장에게 요청해 총 98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이 대표 측에 기부하게 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로 이 전 부지사를 지난달 25일 추가 기소했다. 이 전 부지사가 기소된 건 이번이 6번째다.
● “이화영, ‘한 2억 원쯤 할 수 있느냐’며 고액 후원 요청”
동아일보가 13일 확보한 A4용지 20쪽 분량의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는 2021년 7월경 김 전 회장에게 이재명 당시 후보 선거캠프에 고액 후원금을 요청하면서 “한 2억 원쯤 할 수 있겠냐”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김 전 회장은 쌍방울그룹 직원에게 후원금 보전을 약속하고 후원금 기부를 요청했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다.
검찰 조사 결과 김 전 회장은 이 후보 캠프 후원금 모집 첫날인 2021년 7월 9일 쌍방울 직원 등 총 11명 명의로 7800만 원을 집중 후원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 본인도 1000만 원을 기부하는 등 쌍방울그룹 임직원 등 총 12명이 9000만 원을 이 후보 캠프에 기부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당시 당내 최대 경쟁자였던 이낙연 후보 캠프의 경우 2021년 6월 30부터 모금을 시작해 24시간 만에 8억 원 이상을 모금하면서 화제가 됐던 상황이었다. 뒤이어 시작된 이 후보 캠프 모금에서 최초 24시간 동안 모집한 후원금은 이낙연 후보 측에 미치지 못했고, 이 후보 측은 약 33시간이 지나서 9억 원이 넘자 ‘하루만에 후원금 9억 원 돌파’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전 부지사는 당시 “첫날에 후원금이 많이 들어와야 사람들한테 지지율이 높은 것처럼 보여진다”며 김 전 회장을 재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부지사는 2018년 4월 이 대표가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로 확정된 이후에도 김 전 회장에게 “내가 이재명과 이해찬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나도 이재명 선거캠프에서 일하게 됐으니 후원금을 좀 내달라”는 취지로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쌍방울 그룹 직원 및 배우자 총 11명의 명의로 합계 800만 원을 기부했고, 검찰은 연간 500만 원을 초과해 기부했다며 정치자금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 檢, ‘술자리 회유’ 주장 관련 국회 위증 혐의도 추가 기소
검찰은 ‘술자리 회유’ 의혹과 관련해 국회에서 위증한 혐의(국회증언감정법 위반)로도 이 전 부지사를 재판에 넘겼다. 공소장에 따르면 2023년 5월 19일 검찰 조사에서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의 대북송금과 관련해 “김 전 회장이 북한 요청에 따라 대북송금했다고 얘기해 들은 바 있고, 이 대표에게 김 전 회장이 도움을 주려고 노력했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다고 기억하고 있다”고 진술했다.
그러다 이 전 부지사는 2023년 9월 4일 변호인이 바뀐 뒤 검찰 진술을 부인하는 내용 자필 진술서를 재판부에 제출하는 등 태도를 뒤바꿨다. 이후 지난해 4월 4일에는 재판장에서 검찰과 쌍방울 피고인들이 술자리를 열며 이 전 부지사를 회유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10월 2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소위 말하는 연어 파티, 술 파티 있었습니까?”라는 질문에 “예, 당연히 있었습니다. 파티도 하고 (쌍방울 관계자들이) 술도 가져와 가지고 ‘이게 진짜 제대로 끝났나 보다’ 이런 생각을 하기는 했습니다”라고 증언했다. 다만 이 전 부지사가 지목한 술자리 날짜는 여러차례 바뀌었고, 사건을 수사한 경찰도 “검찰청 내 술자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정황은 없었다”며 불송치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스스로 한 진술의 임의성을 부인하기 위해 검찰청에서 술을 제공받았다는 허위 주장까지 하게 된 것”이라고 공소장에 적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모든 혐의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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