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람이 2011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많았다. 27일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사망자(잠정)는 1만4439명으로 1년 새 461명(3.3%)이 늘었다. 목숨을 끊는 방법 등 온라인 등에 퍼진 자살유발정보는 최근 5년 새 12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온라인에 게시된 자살유발정보를 차단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최근 1년간 1.8배 늘었다. 전문가들은 “차단할 정보가 늘면서 차단까지 시간이 더 소요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복지부 자살유발정보 모니터링단이 지난해 신고한 자살유발정보는 40만136건이었다. 2019년 3만2588건이 신고된 것과 비교할 때 5년간 12배 이상 증가했다. 자살유발정보는 자살을 부추기거나 돕는 데 활용되는 것으로 목숨을 끊을 사람을 모집하거나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알려주고 관련 물품을 판매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지난해 자살유발정보 40만136건 중 행정 당국 등을 통해 삭제된 것은 6만1598건(15.4%)에 그쳤다. 2023년 자살유발정보 30만2844건이 신고됐고 8만4166건(27.7%)이 삭제된 것과 비교할 때 삭제율이 12%가량 떨어졌다. 서 의원은 “자살유발정보를 발견해 신고해도 웹사이트 운영자가 삭제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자살유발정보와 관련해 심의위원회를 열고 접속 차단 등 시정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다만 복지부가 최근 국회 복지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 등의 자살유발정보 심의 및 명령 절차는 평균 99일이 걸렸다. 2023년 처리 기간이 평균 56일에 그친 것과 비교할 때 약 1.8배 증가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처리량이 늘면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삭제 효과가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인력 보완 등의 대책을 마련해 보다 빨리 삭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 “유해정보 몰입 가능성… 차단해야”
자살은 정신질환과 경제위기, 빈곤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유명인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자살사망자가 증가한 ‘베르테르 효과’가 발생했다는 분석도 있다. 베르테르 효과는 유명인이 자살했을 때 해당 인물을 따라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이다. 2023년 12월 배우 고(故) 이선균 씨가 숨진 뒤 지난해 1월 자살사망자가 전년도 대비 300명 이상 증가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우울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늘었다. 자살사망자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살유발정보가 자살률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은 감정의 전이와 동일시가 잘 일어난다”며 “감정을 자극하면서 자살유발정보를 함께 전달하면 해당 정보에 몰입할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자살유발정보를 적극적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종익 강원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유해정보 차단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석정호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정부가 철저하게 관련 정보를 차단하거나 관리해야 한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포털 업체가 적극적으로 자정 활동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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