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문의 자격시험 합격자가 지난해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심장과 폐 수술 등을 담당하는 심장혈관흉부외과 신규 전문의는 6명에 불과했다. 정부가 미래 의사 부족을 우려해 추진한 의대 증원이 당장 환자를 진료할 신규 전문의 배출을 감소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대한의학회에 따르면 이달 18∼21일 전문과목별로 진행된 제68회 전문의 자격시험 2차 시험에 총 509명이 최종 합격했다. 2차 시험에는 1차 시험 합격자 500명과 지난해 2차 시험에서 떨어져 1차 시험이 면제된 22명 등 총 522명이 응시했다. 이 중 2명이 결시했고 11명이 탈락해 총 509명이 합격했다. 합격률은 97.5%다.
지난해엔 2차 시험에 2753명이 응시해 2727명(99.1%)이 합격했다. 올해 배출된 전문의는 지난해와 비교할 때 18.7%에 그쳤다. 전문과목별로는 심장혈관흉부외과 합격자가 지난해 30명에서 6명, 산부인과는 112명에서 올해 13명으로 줄었다. 신경외과는 93명에서 14명, 외과는 149명에서 18명으로 감소했다. 소아청소년과는 131명에서 24명, 응급의학과도 166명에서 28명이 합격해 큰 폭으로 줄었다.
현장에선 신규 전문의 급감으로 환자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6명의 신규 전문의가 배출된 심장혈관흉부외과는 현재 4년 차 레지던트가 전국에 단 1명뿐이다. 의정 갈등 장기화로 사직한 100여 명의 레지던트가 복귀하지 않으면 전문의 감소 추세는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의석 강북삼성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예년보다 심장 수술은 10%, 폐암 수술은 20%가량 줄었다. 특히 지방 대학병원에선 기존 교수들의 은퇴나 사직으로 의료 공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수도권 대학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지방에선 심장이나 폐 등 특정 분야 진료를 하지 못하는 대학병원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전문의는 대학병원에 남아 전임의(펠로)로 세부·분과 전문의를 취득하거나 종합병원 등에 취업한다. 신규 전문의 감소로 비인기 분야는 향후 전문의 배출에 차질이 우려된다. 하은진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신규 전문의 중 뇌 분야를 선택하는 경우는 20%가량이다. 최근엔 어려운 수술보단 주사 치료만 하려는 전문의들도 많다. 예년보다 줄어든 신규 전문의들이 인기 분야로 쏠리지 않도록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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