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돌봄교사 1명이 31명 관리… “보호자 동행 귀가”도 말뿐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13일 03시 00분


본보, 5개 초교 하굣길 살펴보니
52명 중 34명, 홀로-친구끼리 하교… 교육부 ‘보호자 없으면 대리자 지정’
일선 현장선 매뉴얼 준수 엄두 못내… 전담경찰관도 1인당 10개교 맡아
“맞벌이 자녀 등하교 대책 논의를”

12일 서울 은평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한 학생이 부모 등 보호자 없이 혼자 학교를 나와 집으로 걸어가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12일 서울 은평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한 학생이 부모 등 보호자 없이 혼자 학교를 나와 집으로 걸어가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엄마가 뉴스를 보더니 꼭 친구들이랑 다니라고 했어요.”

11일 오후 5시경 서울 은평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돌봄교실 수업을 마치고 홀로 하교하던 2학년 여학생은 “평소에도 (보호자 없이) 같은 아파트 친구와 같이 하교한다”고 말했다. 전날 대전의 한 초교에서 돌봄교실을 나와 걸어가다 교사의 흉기에 숨진 1학년 김하늘 양(8)도 사건 당시 옆에 보호자가 없이 혼자였다. 이 때문에 초등생, 특히 저학년의 하굣길은 교내에서부터 어른이 반드시 동행하도록 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서울 소재 5개 초교 하굣길을 11일 오후 살펴본 결과 생각보다 많은 초등생들이 방과후 수업이나 돌봄교실을 마치고 혼자 교문을 나와 집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 4시 넘어 초등생 52명 지켜 보니 34명 혼자 귀가

이날 오후 정규수업에 이어 돌봄교실까지 마치고 5시경 혼자 초교 정문을 빠져나와 걸어가던 한 3학년 남학생은 “부모님이 일 때문에 나올 수 없어서 혼자 집에 간다. 매번 그랬다”고 말했다. 취재팀이 현장을 관찰한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2시간 동안 총 52명의 학생 중 34명이 어른 없이 혼자, 또는 또래끼리 하교했다. 서울 중구의 한 초교 앞에서 아들이 나오길 기다리던 학부모 최모 씨(42)는 “아침에 본 뉴스가 떠올라 괜히 불안한 생각이 스쳤다”며 “학교 안은 완전히 안전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더 이상 안심할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2025년 늘봄학교 운영 길라잡이’에 따르면 정규 수업 후 추가 수업을 듣거나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초등학교 1∼6학년 학생의 귀가는 ‘보호자 동행 귀가’를 원칙으로 한다. 보호자가 없을 때는 이를 대비해 대리자(성인)를 미리 지정해서 같이 귀가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늦게 끝나는 방과후 교실이나 돌봄교실뿐만 아니라 오후 1, 2시면 끝나는 정규 수업 이후에도 혼자 귀가하는 초등생이 대부분이었다. 이날 정규 수업만 마치고 오후 1∼2시에 교문을 빠져나온 초등생 100명 중 보호자와 함께 집에 간 학생은 26명뿐이었다.

전문가들은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는 가운데 하굣길 공백을 메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영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맞벌이 부모가 많은 국내 특성상 보호자가 아동을 데리고 가는 것을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지역사회 어르신의 일자리 사업과 등하교 도우미를 연계해 등하교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서비스 등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전담 인력-학교경찰 태부족… “노인 일자리 연계 등 필요”

교육부는 정규 수업 뒤에도 초등생들을 학교가 돌보는 늘봄학교를 2023년부터 시행 중이다.

방과후 맞춤형 수업과 돌봄교실 등으로 나뉘며 이용하는 학생도 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담당할 전담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교육개발원의 ‘늘봄학교 성과분석 연구’에 따르면 늘봄학교에 참여하는 초교 1학년 학생은 지난해 2학기 27만8286명, 전담 인력은 8916명이었다. 전담 인력 1명이 평균 31.21명을 관리한 셈이다. 올해는 2학년까지 늘봄학교가 확대된다.

정부는 늘봄학교 운영체제 구축과 전담 인력 확보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늘봄학교지원특별법 제정을 지난해 하반기(7∼12월)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해를 넘겨서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4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서 “늘봄학교 정책은 법률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전담 전문인력 배치에 어려움이 있고, 전담 인력은 기간제 교원 또는 기타 행정 인력으로 구성돼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교내 치안을 관리하는 학교전담경찰관(SPO)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1일 경찰청에 따르면 2024년 학교전담경찰관 총 인력 수는 1133명이다. 1인당 10.7개 학교를 담당하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한 명이 담당할 학교가 10여 개나 있으니 떨어지는 업무만 해내기도 바쁘다”고 말했다.

#보호자 동행 귀가#돌봄교사#돌봄교실#하굣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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