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고향에선]신안 ‘햇빛 연금’ 도입 4년… 누적 배당 220억 원 돌파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10일 03시 00분


전남 신안군 ‘햇빛 연금’
군, 태양광 발전 수익 주민과 공유… 발전소 거리에 따라 연 4회 배당금
경제 활력 찾자 2년 연속 인구 증가… 청년층 유입돼 지방소멸 위기 극복
풍력발전 ‘바람 연금’도 준비 중… 2032년부터 1인 연 600만원 지급

전남 신안군 임자면 주민들이 태양광 이익 배당금인 ‘햇빛 연금’을 받고 있다. 2021년 4월부터 지급된 신안군 전체 햇빛 연금 누적 금액은 지난해 말 기준 220억 원을 넘어섰다. 신안군 제공
전남 신안군 임자면 주민들이 태양광 이익 배당금인 ‘햇빛 연금’을 받고 있다. 2021년 4월부터 지급된 신안군 전체 햇빛 연금 누적 금액은 지난해 말 기준 220억 원을 넘어섰다. 신안군 제공
“어르신들이 햇빛 연금 타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세요. 자식들에게 손을 안 벌려도 되니 얼마나 좋으시겠어요.”

전남 신안군 안좌면 존포마을 주민들은 2021년부터 해마다 ‘햇빛 연금’을 꼬박꼬박 받고 있다. 1년에 분기별로 네 차례 나오는데 올해는 첫 햇빛 연금을 지난달 24일 받았다. 햇빛 연금은 43가구 78명의 주민에게 1인당 15만 원씩,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지역화폐(상품권)로 지급됐다. 겨울철 태양광 발전량이 줄어 지난해 11월에 받은 것보다 2만 원이 줄었지만 주민들은 설 명절을 앞두고 나온 연금으로 제수용품을 구입하는 등 요긴하게 썼다. 이 마을 최미순 이장(64)은 “농사를 짓지 않거나 노령연금으로만 생활하는 어르신들에게 햇빛 연금은 무척 큰 돈”이라며 “오래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다면서 어르신들이 다들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 ‘햇빛 연금’으로 지역소멸 위기 극복


태양광 발전 수익을 주민들과 공유하는 신안군의 햇빛 연금이 지역소멸 위기를 극복하는 해법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신안군은 햇빛 연금으로 주민 삶의 질이 높아지자 2년 연속 인구가 늘어나는 작은 기적을 만들어가고 있다.

신안군은 2021년 4월부터 전국에서 처음으로 햇빛연금을 도입했다. 주민 주도로 설립된 협동조합은 태양광 발전회사 수익의 30%를 조합원에게 나눠 준다. 주민들은 발전소 거리에 따라 분기마다 1인당 10만∼68만 원을 받는다.

지난해 말 기준 신안군 전체 햇빛 연금 누적 지급액은 220억 원을 넘어섰다. 이를 통해 혜택을 받은 주민은 전체 군민 중 3분의 1이 넘는 1만4000여 명에 달한다. 주민들은 주식, 채권, 펀드 등 형태로 태양광 발전소 법인의 이익 배분에 참여하며 추가적인 금융 부담 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얻고 있다.

햇빛 연금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한몫하고 있다. 전체 주민 3033명 중 2610명(86.5%)이 조합원인 안좌면의 경우 분기마다 배당금 6억 원 정도가 한꺼번에 풀린다. 배당금은 곧바로 지역 내 소비로 이어진다. 안좌도 대청마을 주민 박주현 씨(47)는 “발전소가 가까워 자녀 셋과 아내, 어머니 등 6명이 분기마다 200만 원 정도 받는다”며 “연금 타는 날이면 마을이 잔치 분위기로 들썩이고 읍내 마트와 식당, 주유소, 약국 등이 북적북적한다”고 말했다.

● 2년 연속 인구 증가


햇빛 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18세 이하 아동들에게는 ‘햇빛 아동수당’을 준다. 신안군은 2022년 10월 ‘신안군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등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2023년부터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첫해 아동 2817명에게 40만 원씩 줬고, 지난해에는 2055명에게 80만 원씩 총 8억2000만 원을 지급했다. 올해는 수당을 120만 원까지 올릴 계획이다.

아동들은 수당 외에 ‘햇빛 아동 장학 적금’도 신청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협동조합연합회와 7개 지역농협은 지난해 4월 최대 4000만 원 목돈 마련이 가능한 장학 적금을 출시했다. 가입자는 지난해 말 기준 1246명으로, 전체 아동의 약 43%다.

신안군은 ‘바람 연금’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자은도를 시작으로 풍력발전 수익금이 주민들에게 지급될 예정이다. 신안군은 2032년부터 전 군민에게 1인당 월 50만 원, 연간 600만 원을 준다는 계획이다.

지방소멸 위기 고위험군에 포함된 신안군은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을 공유하며 2023년 인구가 179명 증가했고, 지난해에도 136명이 늘었다. 전남 인구감소지역 중 2년 연속 인구가 는 곳은 신안군이 유일하다. 안좌면 금산마을에 사는 이금배 씨(79)는 “3년 전만 해도 빈집이 10채가 넘었는데 지금은 다 찼고 매물도 없다”며 “30, 40대가 많이 들어오다 보니 마을에 활기가 넘친다”고 말했다.

#전남#신안군#햇빛 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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